폭행ㆍ수당 갈취 등 인권침해 빈번… “활동 지원 늘리며 거주시설 단계적 폐지를”
[저작권 한국일보] 장애인의날을 이틀 앞둔 1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 모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장애인 거주시설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일 ‘장애인의날’을 앞두고 장애인들이 가장 소리 높여 외치는 주장은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다.

2011년 재수사까지 거친 끝에 오랜 성폭력 문제 등이 드러났던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일명 ‘도가니 사건’을 비롯해 2016년 대구 희망원 사건 등 장애인 거주시설 내 인권침해 사건은 많다. 사건이 터졌을 땐 모두 분노하지만, 그 때뿐이다.

지난 2월 불거진 경기 오산 성심재활원 사건이 생생한 사례다. 장애인을 돌봐야 할 재활교사가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끼리 서로를 때리게 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했다. 이 영상 속 재활교사는 한 지적 장애인을 가리키며 “얘 오줌 쌌었대. 때려 이 X년”이라고 다른 장애인에게 지시했고 실제 폭행이 이뤄졌다. 재활교사는 이 장면이 재미있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거주시설 폐쇄 주장은 이 때문에 나온다. 명칭은 ‘거주’이지만 사실상 ‘수용’되는 장애인은 수용되는 순간 피붙이 가족들과도 차단된다. 그렇기에 학대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다 해도 적발해내기도, 뿌리뽑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오산 장애인인권센터 강경남 사무국장은 성심재활원 사건을 두고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성심재활원은 언젠가 한번은 터질 것이란 얘기가 나왔던, 장애인 거주시설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던 곳”이라며 “다른 곳에서도 성심재활원 같은 학대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성심재활원은 의혹이 제기된 뒤 집중조사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난달 20일 내놓은 합동조사 결과를 보면 성심재활원, 그리고 성심요양원에서 가혹행위 등을 겪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20명에 이른다.

제39회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기념식이 예정된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도로로 나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장애인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1,517곳 가운데 262곳을 상대로 조사한 보건복지부 통계(2017년 기준)를 보면 폭행 등이 있었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261명으로 응답자 8.1%였다. 하지만 거주시설에서 일하는 사람 중 ‘폭행 장면을 목격했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이들은 346명으로 전체의 10%였다. 인권침해가 발생한 적 있다는 질문에도 전체의 14.3%인 496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거주시설 문제는 이런 은밀한 폭력만이 아니다. 경북 영양군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던 A대표는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나 장애인수당 등 약 2억5,000만원을 빼돌리다 적발됐다. A대표는 장애인 품에 있던 현금 2,600만원도 빼내 아들의 부동산 구입비용으로 쓰기도 했다.

거주시설 폐쇄 주장은 이 때문이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조아라 상임활동가는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10여 년에 걸친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를 늘리면서 거주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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