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자 75%가 폭력 등 전과
경찰, 법적 근거 마련 나서
논의 과정 인권침해 논란 가능성
경찰이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형벌을 치른 전과자 가운데 재범이 우려되는 우범자를 직접 관리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선다. 진주 방화·살인을 비롯해 최근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며 우범자에 대한 경찰 감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9일 “만기 출소한 전과자 중 재범 우려가 큰 우범자를 경찰이 직접 관리하기 위한 법 근거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위해 조만간 연구용역에 착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는 범행 동기가 불확실한 우발 범죄라는 특징 외에 범인의 유형도 특정돼 있다”면서 “그런데도 우범자 관리를 위한 근거 규정이 없다”고 우범자 관리 규정 마련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 상당수는 폭력 전과자이면서 정신질환 병력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4년 묻지마 범죄 48건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 48명 중 36명(75%)이 범죄 전과가 있었다. 이들의 평균 전과 수는 6건, 최대 전과 수는 27건에 달했다. 36명 중 33명은 폭력, 상해 등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15명은 과거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과거 10건 이상의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도 4명이나 됐다. 가해자의 절반 이상(28명·58.3%)은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상습 폭력 전과자에 대한 경찰 관리는 상당히 부실하다. 경찰은 폭력, 상해, 강도, 방화 등의 범죄를 저지른 뒤 형기를 마친 전과자 가운데 재범 우려가 있는 우범자에 대해 경찰청 예규인 ‘우범자 첩보수집에 관한 규칙’을 토대로 나름대로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칙에는 선정된 우범자에 대한 동향 수집 정도의 이른바 ‘액션 플랜’밖에 없다. 법에 근거한 규칙도 아니라서 경찰이 재범 위험을 확인하기 위해 우범자를 직접 만나거나 각종 사실조회도 할 수 없다. 더구나 우범자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와 달리 제재 규정도 없기 때문에 갑자기 살던 동네를 떠나 재범 우려가 커져도 경찰이 마땅히 손을 쓸 방법이 없다.
정부가 소년범을 상대로 보호관찰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제도는 집행유예 등 형벌을 유예 받은 경우가 대상이라 전체 우범자 관리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국민 불안의 체감도가 큰 폭력, 강도, 방화 등을 저지른 범죄경력자에 대한 관리제도는 사실상 없다”며 “재범위험이 큰 우범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도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경찰이 우범자를 상대로 직접 재범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고 경찰 관리도 더 세심히 이뤄지는 만큼 묻지마 범죄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게 변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목적이라 해도 이미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나온 전과자들을 또다시 경찰의 관리를 받게 하는 건 이중처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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