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곳 자폭테러 추정, 용의자 8명 체포… 배후세력 안 나타나
경찰청장, 열흘 전 무슬림단체 테러 경보… 교황 “잔인한 폭력” 규탄
부활절인 21일(현지시간) 서남아시아 스리랑카에서 가톨릭 성당과 호텔을 겨냥한 연쇄 폭발로 최소 207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부상 당했다. 이날 오전부터 수도 콜롬보와 인근 네곰보, 동부 바티칼로아에서 호텔 세 곳과 성당 세 곳에서 동시다발적 폭발이 발생했고, 오후에도 추가 테러가 이어졌다. 스리랑카 정부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발령하고 ‘가짜 뉴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왓츠앱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 사용을 차단하고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5분경 수도 콜롬보의 세인트앤서니 성당에서 부활절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을 노린 폭발이 발생했다. 사원 근처에서 테러를 목격한 알렉스 아기엘레손은 “사원 건물이 섬광과 함께 흔들렸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비슷한 시각 스리랑카 전역에서 동시다발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다른 성당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주요 도시 호텔 세 곳에서도 테러 공격이 이뤄졌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관리는 “여섯 건의 폭발 중 최소 두 곳은 자살 폭탄테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네곰보에 있는 세인트세바스천 성당도 폭발에 휘말렸다. 현지 TV 방송은 폭발이 천장과 창문 등을 파괴했다고 전했다. 에드먼드 틸레케라트네 신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폭발은 부활절 미사가 끝난 뒤 발생했다”며 “성당 인근에서 약 3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상자들로부터 떨어져나온) 살점이 벽과 성소 군데군데 붙어있고, 교회 외벽에도 붙어있었다”고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
바티칼로아 시온 성당에서도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바티칼로아 병원 관계자는 폭발로 인해 300여명이 병원으로 실려왔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하르샤 데 실바 스리랑카 국회의원은 희생자들 대부분이 성당에 있던 신자들과 호텔 투숙객들이며 외국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콜롬보에서 이날 오후에도 두 건의 폭발이 더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르완 구나세케라 경찰 대변인은 207명이 숨지고 450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연쇄 폭발에도 불구, 이날 오후에도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스리랑카 내전이 종식된 지 10년 만에 벌어진 최악의 사고가 과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의 행태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트위터에 “우리 국민에 대한 비열한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는 글을 올렸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군경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찾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으며,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연쇄 폭발에 연루된 혐의로 여덟 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AFP통신은 지난 11일 푸쥐트 자야순다라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경찰 간부들에게 무슬림 과격 단체 내셔널 타우힛 자말(NJT)가 주요 교회 등을 겨냥한 자살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외국 정보기관의 보안 경보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발표한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ㆍ로마와 전 세계를 향해)’ 마지막 부분에서 스리랑카 참사를 언급하며 “기도 중에 공격을 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도 이번 폭발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시하며 테러에 대한 규탄 발언을 이어 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끔찍한 테러 공격을 겪은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며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스리랑카 국민들에 애도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스리랑카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금까지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불교도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가톨릭 신자는 6%에 불과하다.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스리랑카 국민 중 불교 신자는 70.2%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힌두교가 12.6%, 이슬람교가 9.7%로 그 뒤를 따른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