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21일 북한 여성 주민들이 추구해야 할 헤어스타일을 공표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 인민의 정서와 미감에 맞게’와 ‘나이에 어울리는 여성들의 머리단장’ 제목의 기사 두 건을 통해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했다.
북한 당국은 예전부터 주민들의 머리를 단속해왔지만, 계속해서 유입되는 해외 문화를 접한 주민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노동신문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을 유포시켜 우리 인민들의 건전한 사상의식,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우리의 제도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기 위한 적대세력들의 책동은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며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잘하는 것은 문화생활 분야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하기 위한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사는 여성들의 ‘바람직한 머리단장’을 연령대별로 구분해 설명했다. “사회에 진출한 처녀들이나 갓 결혼생활을 하는 여성”은 “긴 머리 형태를 기본으로 하면서 앞머리 칼을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하고, 대학생은 단발머리나 땋은 머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중년 여성은 굽실굽실한 중간 길이의 머리를, 노년 여성은 단정하고 위생적인 짧은 머리를 추구하도록 촉구했다.
북한 당국은 이발소와 미용실을 허가제로 운영하며 주민들의 머리를 규제한다. 그러나 당이 허가한 헤어스타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이 암암리에 운영되는 ‘불법 미용실’로 향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민의 주체의식을 확립하여 건전한 사회기풍을 정착’시키기 위해 시행됐던 우리나라의 ‘장발 단속’은 유신 체제가 몰락한 1980년이 돼서야 중지됐다. 공식적으로 범죄 항목에서 제외된 시기는 민주화 이후인 1988년이었음을 미뤄볼 때, 북한 주민들이 ‘머리를 기를 자유’를 갖는 것은 한동안 요원해 보인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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