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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렌드, NOW] 노트르담만 중요한가요?... 유럽 바깥 문화유산 문제엔 ‘냉담’

입력
2019.04.23 18:50
수정
2019.04.23 19: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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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늦은 오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와 불길이 솟구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15일 늦은 오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와 불길이 솟구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발생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프랑스와 유럽을 넘어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사흘만에 모인 기부금이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유럽 중심주의’의 반영이라며 씁쓸해한다. 노트르담 화재에 상실감을 토로한 많은 이들이 유럽 바깥의 문화유산 문제에는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호주 사회에서 “우리는 대체 누구의 ‘상실’에 슬퍼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빅토리아주(州)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속도로 확장 공사로 원주민 잽 워렁 부족이 신성시하는 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국제 사회는 물론 현지에서도 공론화가 안되고 있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호주 원주민 ‘잽 워렁’ 부족이 신성시하는 숲의 한 나무에 부족을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 있다. 트위터 캡처
호주 원주민 ‘잽 워렁’ 부족이 신성시하는 숲의 한 나무에 부족을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 있다. 트위터 캡처

실제 이 숲에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나이가 비슷한 800살의 영적인 나무가 3,000여그루나 있다. 게다가 몇몇 나무는 50세대에 걸친 이 부족 여성들의 출산 장소이기도 하다. 한 현지언론은 노트르담 성당 화재에는 슬퍼하면서도 이 숲에 대해선 무관심한 자국민들을 향해 “800년 된 신성한 나무들은 ‘힙스터’(최신 유행을 좇는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하기엔 충분히 ‘프랑스’스럽지 못하다”고 비꼬았다.

이와 관련, 조지 모건 웨스턴시드니대 인류학과 교수는 “과연 우리는 서구 밖에서 벌어진 문화적 참사에 대해서도 이처럼 크게 슬퍼해왔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200년 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에서 지난해 발생한 화재, 시리아 내전 중 파괴된 알레포와 팔미라 지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훨씬 덜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흉물스럽게 변한 브라질 국립박물관의 모습.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흉물스럽게 변한 브라질 국립박물관의 모습.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더타임스도 이날 칼럼을 통해 “노트르담 성당과 브라질 국립박물관의 화재 사건을 비교해보면 우리의 유럽중심적 태도가 명백하게 드러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브라질 정부도 지난해 9월 화재 발생 후 기부금 모금에 나섰지만 8개월 동안 모인 액수는 28만달러(약 3억원)에 불과했다. 브라질에선 한 부호가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해 약 255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NYT는 프랑스 사회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만장자들은 노트르담을 위해 수백만달러 기부를 약속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선 무엇을 하느냐’고 되묻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열린 23번째 ‘노란조끼 시위’에선 성당 복원에 거금을 투척하면서도 불평등 해결에는 무관심한 재벌들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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