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싸우자, 나는 그들에게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Let's fight Canada, I will declare war against them).”
막말로 유명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엔 캐나다에 선전 포고를 했다. 자국 내 ‘마약 전쟁’과 비견하면 ‘쓰레기 전쟁’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가뜩이나 사이가 틀어진 양국 관계에 짐이 하나 더 늘었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송돼 현재 마닐라항에 있는 쓰레기 컨테이너를 캐나다가 회수하라고 전날 촉구했다. 해당 쓰레기는 2013~2014년 보내진 것으로 독성 폐기물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 정부가 그간 여러 차례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했지만, 캐나다 정부는 민간 회사에 운송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필리핀 환경단체가 한국에서 불법 수입된 대규모 폐기물 쓰레기(약 6,300톤)를 되가져갈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행정 대집행을 통해 일부(1,200톤)를 지난 1월 국내로 되가져온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최근 지진 피해가 발생한 마닐라 북부 지역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배 한 척을 준비하라. 다음 주까지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으면 캐나다로 출항해 캐나다에 직접 쓰레기를 버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싸우자, 전쟁을 선포한다”고 특유의 막말을 이어갔다.
사실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캐나다는 비(非)호감 국가에 가깝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상징)이자 치적으로 꼽히는 ‘마약 전쟁’을 반인도적 범죄라고 끊임없이 맹비난해서다. 화가 난 두테르테 대통령은 군용 헬리콥터 16대 구입 계약을 지난해 취소하기도 했다. 2억3,500만달러(2,600억원) 규모의 계약 상대가 캐나다에 본부를 둔 제조업체라는 게 이유였다.
한편 이날 말레이시아 정부도 비슷한 조치를 내렸다. 미국 영국 호주 독일 스페인 등 선진국에서 밀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량 적발해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는 “쿠알라룸푸르 부근 항구에 쓰레기더미 컨테이너 129개가 방치돼 있고, 다른 지역 주요 항구에서도 발견됐다”라며 “말레이시아는 세계의 쓰레기장이 되지 않겠다. 범죄조직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이 폐기물로 분류되는 플라스틱의 수입을 중단하고, 중국 업자들이 동남아 일대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아세안 각국에 플라스틱 쓰레기 반입이 급증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제사회에 쓰레기 수출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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