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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업! K리그] ‘인조잔디는 아마추어 전용?’ 북미리그 구장에선 애용

입력
2019.04.25 07:00
수정
2019.04.25 09:2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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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이던 지난해 11월 말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 스타디움에 설치된 하이브리드 잔디가 푸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AC밀란과 인터밀란의 홈 구장인 이 곳은 일주일 평균 1경기 이상 펼쳐지지만 잔디 상태가 양호하다. 밀라노=김형준 기자
초겨울이던 지난해 11월 말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 스타디움에 설치된 하이브리드 잔디가 푸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AC밀란과 인터밀란의 홈 구장인 이 곳은 일주일 평균 1경기 이상 펼쳐지지만 잔디 상태가 양호하다. 밀라노=김형준 기자

오늘날 국내 축구계에서 인조잔디는 ‘아마추어 전용’으로 여겨진다. 흔히 중ㆍ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볼 수 있는 인조잔디가 단단하고 거칠다는 보편적 인식 탓이다. 또한 경기장 품질의 척도가 천연잔디-인조잔디-흙 순으로 도식화하면서 천연잔디가 아닌 곳에서 펼쳐지는 프로경기는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해외리그에선 기후 여건에 따라 천연잔디를 대신해 인조잔디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 첫 번째 이유가 잔디 생육에 불리한 기후와 막대한 유지비용 탓이지만, 이후 웬만한 천연잔디에 버금가는 품질의 인조잔디가 속속 개발되면서 인조잔디를 선호하는 리그가 점차 늘고 있다. 유럽 명문 클럽에선 인조잔디와 천연잔디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잔디가 ‘대세’로 떠오르는 추세로, 한국의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도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잔디 설치작업이 진행 중이다.

황인범(왼쪽)이 17일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FC와의 MLS 경기에서 앤소니 카에(가운데)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경기가 열린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밴쿠버=USA투데이 연합뉴스
황인범(왼쪽)이 17일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FC와의 MLS 경기에서 앤소니 카에(가운데)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경기가 열린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밴쿠버=USA투데이 연합뉴스

프로축구 리그 가운데 인조잔디 활용 비율이 높은 곳은 단연 북미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다. MLS의 인조잔디 구장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인조잔디 인증 제도에서 최고 등급(2스타)을 유지하고 있어 국제 대회 개최도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 MLS 소속 구단 가운데 밴쿠버와 애틀랜타, 시애틀, 포틀랜드, 뉴잉글랜드가 홈 구장에 인조잔디를 설치했다. 단단한 재질의 인조잔디를 선호하는 미국프로풋볼(NFL) 팀들과 같은 홈 구장을 쓰며 지출을 최소화하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23)이 소속된 벤쿠버 홈구장 BC플레이스스타디움의 경우 1년에 160일 이상 비가 오는 이 지역 기후 탓에 아예 돔 구장을 만들고 인조잔디를 깐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학팀, 여자축구팀과 경기장을 함께 사용하는 포틀랜드 팀버스는 홈 구장 프로비던스파크의 인조잔디를 2년마다 전면 교체하는 등 유지보수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의 스콧 캐드웰이(위)가 13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폭스보로우의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MLS 애틀란타와의 경기에서 에제키엘 브라코(아래)의 얼굴을 감싸며 수비하고 있다. 인조잔디가 깔려있는 질레트 스타디움은 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홈 경기장이기도 하다. 폭스보로우=USA투데이 연합뉴스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의 스콧 캐드웰이(위)가 13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폭스보로우의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MLS 애틀란타와의 경기에서 에제키엘 브라코(아래)의 얼굴을 감싸며 수비하고 있다. 인조잔디가 깔려있는 질레트 스타디움은 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홈 경기장이기도 하다. 폭스보로우=USA투데이 연합뉴스

유럽에서도 인조잔디 활용은 보편적이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등 연평균 기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북유럽 국가들과 천연잔디의 유지보수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2부리그 팀들에서 인조잔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에서 소속된 헤라클레스 알메로와 FC 즈볼레를 비롯해 김남일(42)이 뛰었던 SBV 엑셀시오르 등이 인조잔디를 사용한다.

물론 인조잔디에 대한 거부감을 호소하는 선수들도 많다. 유럽리그에서 뛰다 MLS로 이적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8ㆍLA갤럭시)는 부상 우려 때문에 지난해 8월 시애틀과의 원정경기에 출전을 거부하기도 했다. 인조잔디 반대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네덜란드 프로축구는 2020~21 시즌부터 천연잔디를 사용하는 구단에 리그 수익 배분에서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가 14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올드 트래포드 피치에는 하이브리드 잔디가 심어져 있다. 맨체스터=로이터 연합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가 14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올드 트래포드 피치에는 하이브리드 잔디가 심어져 있다. 맨체스터=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절충안으로 떠오른 건 천연잔디와 인조잔디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잔디다. 이탈리아 명문 AC밀란과 인터밀란의 홈 구장 ’산 시로’도 잔디생육 문제로 하이브리드 잔디를 쓰고 있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래포드와 첼시의 스탠포드 브리지, 아스널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도 하이브리드 잔디를 쓰고 있다.

하이브리드 잔디에서 인조잔디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체로 5% 이내의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천연잔디의 뿌리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해 내구성을 확보한단 장점이 있다. 또한 겨울철에는 인조잔디 때문에 그라운드 전체가 푸른 색이 유지돼 관중들을 위한 시각 효과까지 제공한다. 비시즌 기간인 여름엔 롤링스톤즈(올드 트래포드)와 아델(웸블리) 등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을 유치해 부가 수익을 올리는데, 이에 비난 여론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손흥민(27ㆍ토트넘)이 새 구장 1호골 역사를 쓴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은 천연잔디 구장 아래 인조잔디를 설치한 이중 구조로, 각종 공연과 NFL 경기 시에는 천연잔디를 걷어내고 인조잔디를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잔디 설치작업이 진행중인 파주 NFC 백호구장에 23일 파종 전 인조잔디가 설치돼있다. 협회와 사업자인 윌링투는 이 곳에 천연잔디를 파종해 오는 6월까지 하이브리드잔디 설치작업을 완료하겠단 계획이다. 파주=김형준 기자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잔디 설치작업이 진행중인 파주 NFC 백호구장에 23일 파종 전 인조잔디가 설치돼있다. 협회와 사업자인 윌링투는 이 곳에 천연잔디를 파종해 오는 6월까지 하이브리드잔디 설치작업을 완료하겠단 계획이다. 파주=김형준 기자

한국에서도 축구 국가대표팀이 사용할 하이브리드 잔디 도입 실험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스페인에서 개발된 ‘팔라우터프’ 시스템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생육실험을 거치지 않은 채 파주NFC 백호구장에 전면 도입한 데다 공사 실패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계획이 명문화 되지 않은 채 공사가 시작돼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으나, 일단 축구계에선 국내 하이브리드 잔디 설치 성공 여부와 대표팀의 활용도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시공업체 ‘윌링투’는 6월 개장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에 들어갔으며, 현재 인조잔디를 설치를 완료한 뒤 천연잔디 파종을 앞둔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잔디 도입으로)선수들의 무릎, 발목 등의 충격을 감소시키고 디봇(divotㆍ잔디 파임 현상)을 최소화해 훈련 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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