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전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스키에 도착했다. 러시아 측의 환영 행사를 마친 후 다시 전용열차에 오른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이후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예정이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이날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가 오전 10시 40분(현지시간)쯤 북러 국경인 두만강 위 철교를 넘은 뒤 접경 역인 하산역에 정차했다고 보도했다. 하산역에는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ㆍ북극개발 장관과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대사 등 러시아 측 인사들과 조석철 블라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 등이 나와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은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따라 열차에서 내린 후 전통 의상을 입은 러시아 여성들로부터 빵과 소금, 꽃다발을 받았다. 귀한 손님이 오면 쟁반에 빵과 소금을 담아 방문객에게 건네는 러시아 관습에 따라서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하산역 인근의 ‘김일성의 집’ 박물관을 방문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은 전했다. 김일성의 집으로 불리는 ‘러시아-조선 우호의 집’은 1986년 김일성 주석의 소련 방문을 앞두고 양측 우호를 기념해 북한과 국경을 맞댄 하산 지역에 세워졌으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러했을 때도 이곳에서 환영 행사가 열렸다. 연해주 주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환영행사에서 “이번 방러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이는 첫 번째 행보일 뿐”이라면서 향후 지속적으로 러시아를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약 1시간의 행사 후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하산 역을 빠져 나와 연해주 도시 우수리스크 방향으로 출발했다. 우수리스크는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경로에 위치해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언론 ‘VL.ru’는 전용열차가 오후 4시쯤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으나, 열차 이동 상황에 따라 2~3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일정이 시작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선 이날 아침부터 관계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오전 10시쯤 김 위원장의 경호를 책임지는 김철규 북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과 임천일 외무성 부상이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모습을 드러내 선로와 시설물 상태를 살피고 동선을 최종 점검했다. 역 주변 가로등에는 밤 사이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게양됐고 역 앞 횡단보도도 깔끔하게 도색 됐다. 오전 기준 버스와 일반 승용차, 행인들의 통행은 평소대로 이뤄졌으나, 역 인근 간식거리를 파는 매점은 폐쇄됐다.
블라디보스토크역 건물 중 공항철도 전용역사 플랫폼에는 이날 오후 레드카펫이 깔려 김 위원장 도착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플랫폼 전광판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환영합니다’라는 환영 문구가 띄워졌다. 공항철도가 아닌 일반 역사의 경우 플랫폼에서 지상층까지 수십개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공항철도 역사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어 이곳을 이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도착에 맞춰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도 교통 통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블라디보스토크시 교통 당국은 24일 오후 4시∼7시 사이 시내 중심가의 버스 운행 노선이 변경될 것이라면서 시민들의 양해를 요청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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