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션 주제발표… “80년 중반까진 오너경영 효과적, 지금은 그런 재벌 경쟁력 사라져”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정치 논리 보다는 경제 논리를 제일로 생각해 기업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야나기마치 이사오 일본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포럼’ 두 번째 세션(대기업정책, 규제인가 육성인가) 주제 발표에서 “정치 논리로 기업을 과잉 보호하거나 규제하면 혼돈스러워 질 수 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정권이 가진 정치 이념과 경제 현실 사이의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경제 문제인 사회 양극화는 정치 논리로는 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경쟁력을 가지도록 할 지를 고민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라미드식 경영 구조를 유지하는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시대가 변했는데도 옛날의 경영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대량생산, 수출 시스템이 작동한 1980년대 중반까지는 ‘오너경영’이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재벌이 경쟁력을 가질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1960년대 ‘한국 주식회사’라는 말로 대표되는 이른바 개발독재 시대에는 정부와 기업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지만 1987년 민주화 선언 이후 외환위기(IMF),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급격한 시대 변화를 거치면서 과거 ‘개발 연대’식의 성장모델이 자리잡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그의 설명이다.
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파나소닉 본사에는 창업자인 마쓰시다 고노스케 자료관과 역사관이 있고 기업가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며 “한국에서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재벌은 비판 받아야 하지만 높이 평가할 부분까지 비판 받고 있다면 이는 건전한 풍토가 아니다”고 말했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현대한국론과 경영사를 주로 연구한 한국 기업사 연구의 세계적 석학으로 통한다. 그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2014~2015년에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로 한국 강단에 서기도 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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