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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의 세심한 맛] 4코스 요리, 집에서 해먹는 참신한 방법

입력
2019.04.27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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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세심한 맛’ 연재 30회를 맞아 지금까지의 ‘구슬’, 즉 식재료와 음식을 한데 꿰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식재료와 음식이라는 다른 크기와 모양, 혹은 맛의 구슬을 최대한 보기 좋으면서도 효율적으로 꿸 수 있는 절차와 요령을 담는 게 목표였다. 그 결과가 전채-주요리-파스타-디저트의 4코스 식사이지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 과정과 흐름의 설명이 주 목표인지라 조리법은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 담았으니, 궁금하신 독자께서는 각 재료에 달아 놓은 출처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연재를 참고 부탁 드린다. 

전채요리로 내기 좋은 계란과 아스파라거스. 게티이미지뱅크
전채요리로 내기 좋은 계란과 아스파라거스. 게티이미지뱅크

 ◇요리 사흘 전: 소금과 장보기 

소금(본보 12월1일자 참조)에 절여야 하는 두 가지 음식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피클이다. 아직 완전히 제철(여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먹을만하다. 오이(3월9일자)에서 짠맛 위주의 발효 피클과 단맛 위주의 즉석 피클 두 가지를 소개했는데, 둘 다 좋지만 오늘 소개할 음식들에는 단맛이 없고 발효의 깊이가 밴 전자가 조금 더 잘 어울린다. 어느 쪽을 담그더라도 사흘 전에 준비해 맛을 들인다. 한편 메뉴를 짜고 장보기 목록을 뽑아 본다. 대형마트의 울타리를 넘지 않고 그 아래 단계에 장보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메뉴를 짰으니 미리 목록을 뽑으면 인터넷 배송의 활용으로 장보기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바로 전날에는 다른 준비로 번거로울 수 있으니 냉장고를 믿고 장보기는 웬만하면 이틀째에 모두 해결한다. 

코스 요리에 곁들일 빵은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코스 요리에 곁들일 빵은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요리 하루 전: 납작빵과 연어, 새우와 딸기 

아무래도 하루 전이니 할 일이 좀 되는데, 시간 순으로 정리해보자. 일단 식사에 곁들일 납작빵(4월6일자)의 반죽을 준비한다. 발효에 전부 20시간(1차 18시간, 2차 2시간)이 걸리니 식사의 때 (점심 혹은 저녁)에 맞춰 시간을 역으로 계산해 전날 준비해야 할 시각을 가늠한다. 꽤 긴 1차 발효는 1, 2시간 적거나 많이 시켜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으며 반죽 준비에는 5분이상 걸리지 않으니 적당히 준비한다. 

다음 차례는 전채의 한 축을 맡을 연어(2월23일자)이다. 기성품 훈제 연어를 쓴다면 다른 식재료에 묻어 배송을 시켜도 좋고, 직접 염장도 할 만하다. 1~1.5㎏의 연어 반 마리를 기준으로 소금 225g, 설탕 100g을 준비해 그릇에 잘 섞는다. 연어가 넉넉히 담길만한 쟁반(혹은 제과제빵용 팬)에 은박지를 연어보다 크게 두 겹으로 깐다. 아랫부분에도 간이 잘 배도록 은박지 위에 섞은 소금과 설탕의 ⅓을 솔솔 뿌린 뒤 연어를 올린다. 레몬, 라임, 그레이프프루트 등 시트러스류 껍질을 곱게 갈아내 연어의 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풍성하게 뿌린 뒤 은박지를 여민다. 냄비 등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 다음 날 먹을 때까지 냉장 보관한다. 

디저트의 딸기도 준비한다. 아직 철이 끝나지 않았으니 생딸기를 쓴다면 딸기(4월13일자)를 참조해 따뜻한 수돗물에 데친다는 느낌으로 40초 담갔다가 꺼내 물기를 털어내고 냉장고에 둔다. 마지막으로 피클의 상태를 확인한다. 국물의 색이 탁해졌다면 열어 맛을 한 번 확인해 보고 냉장고에 넣는다. 아삭함에 차가움이 더해지기에 하룻밤이면 충분하니 맛이 덜 들었다면 최대한 상온에 두었다가 자기 전에 냉장고에 넣는다. 이왕 문을 연 김에 냉동실의 개별냉동 새우를 먹을 만큼 그릇이나 밀폐봉투에 담아 냉장실에 옮긴다.

주요리로 낼 마늘 새우는 미리 내장 등을 손질해 두고, 불에 익힌 후 레몬을 뿌려 먹으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요리로 낼 마늘 새우는 미리 내장 등을 손질해 두고, 불에 익힌 후 레몬을 뿌려 먹으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요리 당일 

 1. 재료의 손질 

 1-1. 식물성 재료 

모든 채소를 한꺼번에 손질한다. 마늘은 바로 지난 주에 살펴보았듯 다진 제품은 웬만하면 외면하고 통마늘, 최소한 깐마늘을 준비해 물에 가볍게 씻어 밑동을 잘라낸다. 양파도 밑동을 잘라내고 껍질을 벗긴다. 아스파라거스(3월30일자)는 질긴 밑동을 꺾고 잘라낸 뒤 봉오리 밑까지 껍질을 벗긴다. 당근은 일단 껍질을 벗기고 길이 방향으로 4등분해 가른 뒤 삶을 경우 수직 방향으로 3등분, 카레에 넣을 경우 1~1.5㎝ 길이로 깍둑 썬다. 샐러드를 준비한다면 채소는 과채 세척제를 담근 실온의 수돗물에 1분 가량 담가 두었다가 건져 헹군 뒤 채소 탈수기로 물기를 말끔히 걷어낸다. 

 1-2. 동물성 재료 

새우(1월11일자)는 ‘등이 터져야 제 맛’이라고 했으므로 길이 방향으로 칼집을 넣은 뒤 내장을 들어낸다. 연어구이는 특별한 손질이 필요 없으니 표면의 물기만 걷어낸다. 카레를 만든다면 비계가 적당히 붙은 다릿살을 2㎝ 길이로 깍둑 썬다. 손질이 끝난 각 재료를 쟁반이나 접시에 담아 대기 시킨다.

 2. 요리하기 

 1-1. 납작빵 만들기 

밤새 스스로 열심히 반죽된 납작빵의 반죽을 8등분해 두 시간 가량 2차 발효시킨 뒤 최대한 납작하게 펴 팬에 굽는다. 한 면당 2분씩 걸리므로 1장에 4분, 12장에 48분이 걸린다. 가스레인지에 팬을 두 점 올려 구우면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다 구워지면 한 쪽 떼어 맛을 보고 접시에 쌓아 종이 행주 등으로 가볍게 덮어 둔다. 

요리 당일에는 볶는 데 오래 걸리는 양파 수프를 먼저 준비하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요리 당일에는 볶는 데 오래 걸리는 양파 수프를 먼저 준비하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1-2. 본격적인 요리 

먼저 맛의 바탕을 마련한다. 마늘과 양파처럼 양념으로 쓰이는 향신채를 가열해 적절히 맛을 끌어내주는 과정이 첫 번째인데, 수프를 안 끓인다면 간단하다. 논스틱 팬에 올리브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강판으로 간 마늘을 올려 가장 약한 불에 볶듯 익힌 뒤 공기에 옮겨 둔다. 수프를 끓일 경우 양파(11월24일자)를 천천히 볶기 시작한다. 45분쯤 걸리므로 만약 3구 이상의 가스레인지를 쓰고 ‘멀티 태스킹’에 능하다면 납작빵을 구우면서 양파도 볶아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서두르다가 요리를 망치거나 한 술 더 떠 뜨거운 팬을 엎는 등 사고를 내면 안되므로 너무 무리하지 않는다. 이제 채소를 익힐 차례이다. 아스파라거스는 뜨거운 물에 2~4분 데쳤다가 건져 수돗물에 담가 식혀 두고, 당근도 은근히 끓는 물에 삶기 시작한다. 

바탕을 마련했다면 그 위에 맛을 한 켜씩 찬찬히 쌓는다. 기름에 볶은 마늘의 일부로 샐러드 드레싱(비네그레트)와 마늘빵을 만든다. 진하게 색이 날 때까지 볶은 양파를 냄비에 옮겨 담고 육수를 부어 중불에 끓인다. 단백질 위주의 주요리 뒤에 파스타가 따르는, 일반적인 서양식의 코스 구성을 제안했지만 둘의 순서를 바꿔도 상관 없다. 다른 요리를 두 종류나 만들고 싶지 않다면 카레라는 대안이 있다. 식용유를 넉넉하게 둘러 달군 냄비에 깍둑 썰어둔 돼지고기를 지지다가 당근 등 채소, 기름에 볶은 마늘과 인스턴트 카레를 더하고 물을 부어 끓인다. 

여기까지 마쳤다면 이후는 슬슬 먹어가며 준비할 수 있다. 전채부터 식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데친 아스파라거스의 물기를 종이행주로 걷어낸 뒤 접시에 담는다. 연어를 선택했다면 나박나박 얇게 저며 아스파라거스 위에 올리고 사워크림, 케이퍼, 다진 양파 등을 곁들여 낸다. 계란이라면 넉넉한 기름에 튀기듯 부친 ‘서니 사이드 업’과 갈아낸 치즈를 올린다. 아니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나오는 찐 계란(8월18일자)을 만든다. 에그컵에 담은 뒤 윗부분을 따내고 노른자에 아스파라거스를 찍어 먹는다. 납작빵 또는 마늘빵을 곁들인다. 양파수프는 공기에 담아 썬 마늘 빵을 한 쪽씩 담그는 수준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서양식 코스지만 주요리로 카레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양식 코스지만 주요리로 카레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음은 주요리의 차례이다. 카레를 선택했다면 딱히 할 일이 없으니 끓는 상태나 가끔 확인하면서 전채를 즐긴다. 새우나 연어도 품이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연어는 팬에 껍질면부터 지진 뒤 뒤집어 겉면만 골고루 익힌다. 마늘 새우는 기름에 볶아둔 마늘에 올리브 기름을 넉넉하게 더하고 별도로 저민 마늘이나 고춧가루 약간 등을 더해 겉이 분홍색이 될 때까지만 익힌다. 둘다 레몬즙이나 식초로 균형을 잡아 마무리한다. 포크가 약간의 저항을 느끼며 들어갈 만큼만 당근을 삶아(10~20분) 곁들인다. 마늘 새우를 만들었다면 그 팬에 그대로 10분 가량 알덴테로 삶은 스파게티 면을 버무리면 알리오올리오 파스타가 완성된다. 연어 구이를 선택했다면 면을 삶아 건져 팬이나 큰 사발 등에 담고 볶은 마늘을 전부 더해 버무린다. 어떻게 만들었든 접시에 담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혹은 그라노 파다노를 쌓인 눈처럼 소복이 갈아 뿌려 감칠맛을 더한다. 

마늘 새우를 만든 팬에 삶은 스파게티 면을 버무리면 빠르게 알리오 올리오가 완성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마늘 새우를 만든 팬에 삶은 스파게티 면을 버무리면 빠르게 알리오 올리오가 완성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디저트는 지금껏 먹은 음식의 맛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맡으므로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낫다. 게다가 그냥 사다 먹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스크림이다. 기계를 갖추면 집에서도 만들 수는 있지만 번거롭고 시판 제품의 질감을 내기는 어렵다. 약 십 년 동안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었지만 그래서 요즘은 쉬고 대신 편의점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할인 행사를 노려 냉장고에 쟁여 둔다. 아이스크림을 싫어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생과일도 나쁘지 않다. 식사의 끝에서 오렌지만큼 잘 씻어주는 과일이 없으니 껍질을 깔끔하게 벗기고 조각 내어 접시에 담으면 꽤 그럴싸한 후식처럼 보인다. 

설탕에 졸인 딸기와 아이스크림을 섞어 딸기 콤포트를 만들어 함께 내면 코스를 잘 마무리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설탕에 졸인 딸기와 아이스크림을 섞어 딸기 콤포트를 만들어 함께 내면 코스를 잘 마무리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스크림은 완벽한 디저트이므로 그대로 먹으면 된다. 하지만 중심으로 삼아 한두 가지의 요소를 덧붙여주면 시너지 효과가 생기면서 좀 더 그럴듯해진다. 생딸기는 꼭지만 따서 아이스크림에 곁들여 내도 그럭저럭 어울리는데, 설탕에 30분 정도 재워 두었다가 아이스크림 위에 얹고 후추(1월25일자)를 살짝 뿌려 마무리하면 향이 한결 더 새로워진다. 아쉽게도 철이 끝났다면 냉동딸기도 있으니 설탕과 졸여 콤포트를 만들어 함께 낸다. 딸기가 최선이라고 믿지만 손질 및 조리가 귀찮다면 바나나라는 대안이 있다. 아주 약간 덜 익은 느낌의 바나나를 껍질을 벗기고 길이 방향으로 반으로 갈라 평평한 면에 설탕을 솔솔 뿌리고 토치로 그을린다. 접시에 담고 부드러울 정도로 실온에 둔 아이스크림을 떠서 올린다.

디저트를 먹고 입가심으로 즐길 수 있는 ‘푸티 푸르’. 게티이미지뱅크
디저트를 먹고 입가심으로 즐길 수 있는 ‘푸티 푸르’. 게티이미지뱅크

 ◇디저트의 디저트, 미냐디즈 

서양식 코스 요리는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에서 끝나지 않는다. 긴 맛의 여정 속에서 품을 법한 아쉬움을 달래라는 마지막 코스가 있다. ‘미냐디즈(Mignardiseㆍ귀여움)’ 혹은 푸티 푸르(Petit fourㆍ작은 오븐)이라고 부른다. 이름이 말해주듯 딱 한 입 크기로 축소시킨 각종 디저트가 네 가지 한 조로 등장한다. 물론 집에서는 지금까지 준비한 식사만으로도 등골이 휠 수 있으니 네 가지를 구색 맞춰 준비할 필요는 없다. 커피나 차와 함께 식사를 마무리하기 좋으니 초콜릿이나 젤리, 마카롱 등을 적당히 고르면 된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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