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한국당 의원 18명 외 추가 고발”… 나경원 “헌법 파괴에 저항 투쟁” 맞불
선거제ㆍ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치 정국이 대대적인 고발전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여야가 법안 지정을 둘러싸고 육탄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극한 폭력사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맞고발을 예고하면서다. 여야 공히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갈등 해결의 책임을 검찰에 떠넘기는 구태를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 접수와 정치개혁특위·사법개혁특위 회의 개최를 막은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에 대해 추가 고발을 예고하며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26일 국회 회의장을 막고 폭력을 행사했다며 국회법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 1항 위반 등 혐의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의원 18명과 보좌관 1명, 비서관 1명을 고발한 바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를 고발 조치했고, 내일 증거자료들을 첨부해 추가로 또 고발하겠다”면서 “신속처리안건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회의 질서를 방해하는 국회의원, 보좌관, 당직자를 예외 없이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당이 이날 자신을 포함한 민주당 당직자를 고발한 데 대해 “신속처리안건 절차가 끝나면 저부터 검찰에 자진 출두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여야가 서로 고발하고 유야무야 끝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국회선진화법 위반에 대한 사법적 심판을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국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홍 원내대표의 발표 직후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해도 싸우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그는 “문재인 정권과 좌파 야합세력은 헌법 파괴 중이고 그것에 대한 반대 투쟁은 ‘방어권’”이라며 “우리는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연좌시위를 했는데 민주당은 채증부대까지 동원하며 계획된 도발을 했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은 전날에는 홍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15명과 정의당 여영국 의원 등 17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상해)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25~26일 국회 본관 701호 앞 등지에서 민주당 측 폭력행사로 인해 다수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이 부상을 입었다는 취지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은) 해머 및 빠루(노루발못뽑이), 장도리, 쇠 지렛대 등의 도구를 이용해 의안과 702호 문을 부수어 손괴했다”면서 “촬영 동영상 및 각종 채증자료와 언론이 공개한 영상자료들을 토대로 빠루와 해머 등을 사용한 사람이 민주당 관계자임을 확인하고 고발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교체(사보임)시킨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문 의장의 경우 특위 위원의 불법 사보임을 두 차례나 허가한 건 국회법 제48조 6항을 위반했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여야 갈등이 무더기 고발 사태로 비화하면서 최종 판단은 또다시 검찰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가 정치적으로 풀지 못한 숙제를 검찰에 떠넘긴 셈이지만 결국 여야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적 공방은 정치권과 공론의 장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우리 정치는 역할을 포기하고 검찰로 난제를 넘기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력이 마비된 암담한 처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과 한국당이 주말 내내 소속 의원들을 4개조로 나눠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으나,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날 오후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통보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말만이라도 국회가 난장판인 모습을 보여드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정개특위 회의를 하지 않는다”며 “바른미래당이 오신환ㆍ권은희 의원의 사개특위 강제 사보임 논란으로 내부 정리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초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다시 시도하고 한국당이 총력 저지에 나서면 또다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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