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상징물 넘겨받고 ‘조현의식’… 대외적 즉위 행사는 10월22일에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와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의 즉위 의식은 30일과 5월 1일 이틀에 걸쳐 일왕 거처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고쿄(皇居)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즉위를 알리는 행사들은 5개월이 지난 10월 22일부터 시작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3월 12일 고쿄 내 신전인 규추산덴(宮中三殿)에서 조상들에게 퇴위의 뜻을 고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26일 공식 외부일정을 마무리했다. 현재 30일 오후 5시부터 약 10분간 열리는 퇴위 의식만 남겨둔 상태다.
고쿄 내 접견실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리는 퇴위 의식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나면 아키히토 일왕이 마지막 소감(오고토바ㆍおことば)을 밝힌다. 아키히코 일왕은 퇴위 이후 ‘상왕(上王)’이 된다.
나루히토 새 일왕의 즉위는 5월 1일에 시작해 11월까지 이어진다. 먼저 5월 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10분간 마쓰노마에서 ‘겐지토쇼케이노기’로 불리는 의식이 진행된다. 청동검ㆍ청동거울ㆍ굽은구슬 등 삼종신기(三種神器)라 불리는 일본 왕가의 상징물을 새 일왕이 넘겨받는 행사다. 오전 11시 10분부터는 약 10분간 새 일왕은 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과 광역단체장 등 국민 대표들을 처음 만나는 ‘조현의식’을 갖는다.
이 때 새 일왕이 즉위 후 첫 소감을 밝힌다. 향후 새 일왕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1989년 1월 9일 즉위 후 첫 소감으로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 증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12월 재위 중 마지막 생일 기자회견에서 “전쟁 없는 시대로 끝나게 된 것에 안도하고 있다”고 했다.
8세기 헤이안(平安) 시대부터 일본에선 왕위 계승과 별개로 대외적으로 즉위를 공식 선언하는 의식을 행해왔다. 쌀 수확시기인 11월 새 일왕이 햇곡식을 조상에 바치며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인 다이조사이(大嘗祭) 이전 열린다. 헤이세이 땐 다이조사이 직전인 11월 12일 열렸으나, 이번엔 마사코(雅子) 왕비 등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10월 22일 진행한다.
이 자리엔 195개 수교국 국가원수 등을 포함, 국내외 인사 약 2,5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일왕 내외가 오픈카를 타고 고쿄 주변을 도는 카페레이드가 예정돼 있다. 아키히토 일왕 땐 고쿄~아카사카(赤坂) 구간 4.7㎞를 30분간 돌며 도로변에 몰려든 11만7,000명의 환호를 받았다. 당시엔 영국산 롤스로이스 차량을 이용했으나 이번엔 자국산인 토요타 센추리를 개조해 사용한다. 아키히토 일왕 때 7차례 열린 축하 피로연은 이번엔 10월 22일, 25일, 29일, 31일 4차례로 간소화했다. 아베 총리 내외가 주최하는 축하만찬 행사는 10월 23일 뉴오타니 호텔에서 진행된다.
11월 14일 밤부터 15일 새벽 진행되는 다이조사이를 끝으로 사실상 즉위 의식은 마무리된다. 2020년 4월 19일에는 나루히토 새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文仁) 왕자가 고시(皇嗣ㆍ왕위계승 1순위)가 됐음을 알리는 행사도 열린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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