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아들 없는 나루히토 즉위… ‘여성 일왕’ 논의 재점화하나

입력
2019.04.30 17:10
수정
2019.04.30 21:17
5면
0 0

[레이와 재팬, 새로운 시작] <중> 막 내린 ‘헤이세이’ 시대

여성 계승 금지해 딸 아이코 배제… 남동생 1순위, 그 아들이 2순위로

1일 개막하는 나루히토 일왕의 레이와 시대에 왕위계승 서열 2위에 오르는 히사히토 왕자가 이달 8일 입학한 오차노미즈여대 부속중학교 입학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1일 개막하는 나루히토 일왕의 레이와 시대에 왕위계승 서열 2위에 오르는 히사히토 왕자가 이달 8일 입학한 오차노미즈여대 부속중학교 입학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1일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왕위 계승의 불안정성 해소가 일본 왕실의 중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 왕실전범은 아버지가 왕족인 남성에게만 왕위 계승을 허용하고 있어 나루히토(德仁ㆍ59) 새 일왕의 레이와(令和) 시대엔 사실상 계승 후보가 나루히토의 동생 후미히토(文仁ㆍ53)와 그의 아들 히사히토(悠仁ㆍ12) 2명뿐이기 때문이다. 나루히토는 마사코(雅子)비 사이에 딸 아이코(愛子ㆍ18)를 두고 있다.

현재 18명의 왕족 중 생전 퇴위를 통해 상왕에 오르는 아키히토(明仁ㆍ86) 일왕과 그의 동생 마사히토(正仁ㆍ83) 친왕을 포함해 남성은 단 5명이다. 그러나 후미히토 왕자는 2017년 6월 주변에 “형(나루히토 일왕)이 80세가 되면 나는 70대 중반이기 때문에 (왕위 계승을) 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왕실 가계도. 그래픽=김경진기자
일본 왕실 가계도. 그래픽=김경진기자

왕실전범에 따르면 일왕이 서거할 경우 왕위 계승서열 1순위인 왕족이 오르게 돼 있다. 그러나 계승순위 1순위가 되더라도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고령이라면 계승을 거부하겠다는 취지라는 점에서 왕실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층의 우려가 나온다.

때문에 왕실과 일본 국민들에게 히사히토 왕자의 존재는 각별하다. 벌써부터 그가 성년이 된 이후 배우자를 만나 왕위를 이을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왕위계승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 26일에는 히사히토가 다니는 중학교 교실 책상에서 두 자루의 흉기가 발견돼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미국 CNN은 이에 “새 일왕 즉위 이후 일본에서 여성의 왕위 계승을 금지하는 현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는 요구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스웨덴 등 왕실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 국가에선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용하고 있으며, 남녀 평등을 규정한 일본 헌법에 비추어도 시대에 뒤처진 규정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의식 중 일본 왕가의 상징물인 삼종신기를 물려 받는 ‘겐지토쇼케이노기’로 불리는 자리엔 왕족 중 성인 남성만 참석할 수 있다. 마사코비를 포함한 여성 왕족의 참석이 허용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일반적인 사회 감각에 비춰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해 정치권에선 여성의 왕위 승계를 허용하려는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2001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2006년 히사히토 왕자가 태어나면서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 국민들은 여성 일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1월 도쿄(東京)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행 제도를 수정해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84.4%로 압도적이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