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 제125대 일왕이 30일 퇴위했다. 1989년 1월 7일 아버지 히로히토(裕仁ㆍ재위 1926~1989) 일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지 30년 3개월 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5시부터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고쿄(皇居ㆍ일왕의 거처)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다이이레이세이덴노’라고 불리는 퇴위 의식에서 “즉위로부터 30년, 일왕으로서 임무를 국민의 깊은 신뢰와 존경, 사랑을 받아 수행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상징으로서 저를 받아들이고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레이와(令和) 시대가 평화롭고 결실이 많기를 왕비와 함께 마음으로부터 기원한다”며 “일본과 세계의 여러분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퇴위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89년 1월 9일 즉위 소감으로 “여러분과 함께 일본 헌법을 지키고, 이에 따른 책무를 완수할 것을 다짐하고, 국운의 진전과 세계 평화, 인류 복지의 증진을 간절히 희망한다” 고 말한 바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고령에 따른 공무 수행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생전 퇴위의 뜻을 밝혔다. 정부는 이듬해 6월 아키히토 일왕에 한해 퇴위를 인정하는 왕실전범 특례법을 만들어 퇴위를 가능케 했다. 생전 퇴위는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202년 만이며, 퇴위 의식도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에 앞서 오전에는 고쿄 내 규추산덴(宮中三殿ㆍ궁중 3개 신전)을 참배하고 조상에 퇴위를 고했다. 일본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에서 5월 1일 0시를 기해 나루히토 새 일왕의 레이와(令和)로 바뀐다. 1일 오전 나루히토(德仁ㆍ59) 왕세자가 새 일왕으로 즉위하면 아키히토 일왕은 조코(上皇)라 불리는 상왕 지위가 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키히토 일왕이 재위기간 평화의 소중함을 지켜나가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한일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데 사의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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