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주승용ㆍ문병호 최고위원 지명하며 리더십 다잡기 나섰지만
하태경 등 기존 최고위원들 “무효”… 바른정당계, 지도부 불신임 추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대치 국면을 계기로 완전히 갈라선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안철수ㆍ유승민계가 당권 확보를 놓고 본격적인 세 대결에 돌입한 양상이다. 국민의당 출신 호남계 의원들의 지원을 받는 손학규 대표는 1일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지낸 주승용 의원ㆍ문병호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인선하며 리더십 다잡기에 나섰지만, 당무 거부 중인 최고위원 4명은 이 인사가 당헌ㆍ당규 위반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해 9월 취임 뒤 내내 공석으로 남겨뒀던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에 국회부의장인 4선의 주 의원과 문 전 의원을 임명했다. 이번 인선은 바른정당계 출신인 하태경ㆍ권은희ㆍ이준석 최고위원이 한 달 가까이 당무를 거부하면서 의결 정족수에 미달하자, 최고위를 정상화하기 위해 꺼내든 조치다. 손 대표는 “주 의원은 우리 당의 원로로 당 화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문 전 의원은 총선에 대비한 당의 전략과 진로를 만들고, 원외 위원장과의 소통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신임 최고위원 모두 국민의당 출신이라 당 화합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중립적 위치에서 의회를 원만하게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현직 국회부의장을 당의 최고위원으로 인선한 것은 이례적인 데다, 격에도 맞지 않아 국민의당 출신들 사이에서조차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더욱이 하태경ㆍ김수민ㆍ권은희ㆍ이준석 등 기존 최고위원 4명은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 이번 인사를 원천 무효라 주장하고 나섰다.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명할 때 최고위와 협의하도록 돼있는 당헌을 손 대표가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특히 4ㆍ3 보궐선거 이후 당무 거부 중인 바른정당계 3인에 더해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원내대변인을 사퇴한 국민의당 출신 김 최고위원도 이름을 올려, 사실상 손 대표 체제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하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규에 보면 당헌에서 규정한 ‘협의’는 최고위 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한 뒤 논의하는 것을 뜻한다”며 “명백한 당헌ㆍ당규 위반이기 때문에 최고위원 지명 무효소송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들과 별개로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이날 회동을 갖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회동을 마친 뒤 유의동 의원은 “지도부 불신임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빠른 시일 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도부 일각에서 바른정당계인 오신환 사무총장의 총장직 박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오 의원은 “지난 패스트트랙 진행 과정에서도 업무에 소홀한 적은 없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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