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군사봉기’ 촉구 이어, 노동절 맞춰 대규모 반정부 집회 예고
“여기는 전쟁터에요.”
1일(현지시간) 열리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앞두고 전날 야당과 정부군 간의 교전이 벌어졌던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거리에 나선 요한스 다빌라(61) 씨는 말했다. 그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해요”라면서 “그리고 이 나라를 회복시켜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길에는 산탄총 탄피와 최루탄 통, 새카맣게 그을린 오토바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한 국가 두 대통령’ 사태가 이날 최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도해 온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전날 군사 봉기 카드를 꺼내든 데 이어,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은 1일 새벽 트위터에서 올린 글에서 “오늘 우리는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힘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결의를 드러냈다. 과이도 의장은 이날 시위가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도 전날 국영방송을 통해 내보낸 대국민 연설을 통해 ‘맞불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그는 "5월 1일인 내일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대규모 행진을 벌일 것"이라면서 “우리는 역사상 본 적 없는 여러 종류의 침략과 쿠데타 시도에 직면해있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로이터는 과이도 의장이 대규모 행진 날로 ‘노동절’을 선택한 것은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전통 지지 기반인 노조 간부들과 공무원들에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오전 과이도 의장은 ‘군사 봉기’를 촉구하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시민들과 베네수엘라 군부의 반정부 시위 동참을 요청했다. 이후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정부군과 반정부 세력 간 충돌이 발생하면서 최소 한 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쳤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날까지도 군부 일부를 제외하고는 큰 이탈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AFP통신은 “마두로의 강력한 군 장악력이 흔들린다는 신호는 없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도 30일 반정부 세력의 움직임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이미 실패로 돌아갔다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평화를 지켜준 군 고위 지휘부가 자랑스럽다”라고 언급하며 베네수엘라 군부가 아직 그의 통제 아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이도 의장이 1일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가두시위’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이날 집회에 군과 시민들이 얼마나 동참하는가에 따라 마두로 축출 운동의 분기점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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