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요 재발견 취지 좋은데 군대 공연도 눈요깃거리로 소비
제2의 비틀스ㆍ마룬5 찾겠다던 ‘슈퍼밴드’는 여성 배제
‘미모로 대학간 듯’. 지난 2월 방송된 종합편성채널(종편) TV조선의 음악 예능프로그램 ‘미스트롯’ 1회에 나온 자막이다. 출연자를 외모로 품평하는 듯한 이 자막에 빛을 보지 못한 트로트 가수를 발굴한다는 프로그램 취지가 무색해졌다.
‘미스트롯’은 시청률 10%를 웃돌며 화제 속에 2일 막을 내렸지만, 방송 내내 선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을 시작한 또 다른 종편 JTBC의 음악 예능프로그램 ‘슈퍼밴드’는 여성 지원자 배제로 시청자의 입길에 올랐다. 지원자를 남성 아티스트로만 한정해 밴드 음악이 ‘남성의 전유물’인양 취급했다. ‘미스트롯’과 ‘슈퍼밴드’는 서로 다른 포맷이지만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부추기고 시대착오적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한국일보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미스트롯’과 ‘슈퍼밴드’ 등 요즘 잘 나간다는 종편 예능의 그림자를 들춰봤다.
양승준 기자(양)= “‘미스트롯’은 가수 뽑는 경연인데 ‘몸매 어쩜 저래’ 같은 출연자 멘트와 ‘남자의 직감’ 같은 자막이 나와 불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형광등 100개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고 묘사한 자막이 떠오를 정도로 마음에 걸렸다. 여성 출연자의 무대 의상과 속옷을 바느질로 꿰맨 뒤 ‘일체형’이라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에피소드를 편집하지 않고 내보내 황당했다.”
김표향 기자(김)= “한국 전통 가요의 재발견이란 프로그램의 좋은 취지가 제작진의 선정적 연출로 퇴색했다. 트로트란 장르를 향한 속물적 선입견을 되레 강화했다고 할까. 도전자들의 트로트 가수로서의 소명 의식이 눈길을 잡고, ‘엄마 아빠가 집에서 ‘송가인 파와 홍자 파(결승 진출자)’로 나뉘어 난리’란 반응이 적지 않은데 제작진의 욕심이 독이 됐다.”
강진구 기자(강)= “군에서의 미션이 제일 뜬금 없었다. 트로트 가수가 군에 가서 왜 걸그룹 노래를 불러야 하나. 군에서 ‘위문열차’ 같은 위문공연도 여성을 눈요깃거리로만 소비한다는 지적으로 폐지되고 있는 마당인데.”
양=“한 20대 여성 시청자는 ‘미스트롯’을 무대 영상 위주의 ‘짤(영상 클립)’로만 본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프로그램이 재미있긴 한데 여성을 너무 상품화해 본방송을 정주행하고 싶진 않다더라.”
강= “‘미스트롯’은 50~60대 중년 남성을 위한 ‘프로듀스101’ 여성판 같다. ‘프로듀스101’에서 가수를 꿈꾸는 소녀를 교복을 입혀 무대에 내보냈다면 ‘미스트롯’은 붉은색 드레스를 출연자에 입혀 카메라 앞에 세웠고, 노출은 더 노골적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가수 남진과 김연자가 트로트 가수가 설 무대가 없어진 마당에 좋은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했는데, 아쉽다.”
김=“예능에서 성을 소비하는 방식이 문제다. ‘미스트롯’은 여자만 있고, ‘슈퍼밴드’엔 남자만 나온다. 너무 극과 극이다.”
양= “‘슈퍼밴드’ 1회를 보고 남자만 나오기에 ‘그렇지, 국내 밴드 신에선 여성 연주자들이 없긴 하지’라고 생각했다. 반성한다. 출연자 모집 공고를 보니 ‘제2의 비틀스, 콜드플레이, 마룬5에 도전할 남성 아티스트를 찾는다’고 돼 있었다. K팝보다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한 록 음악 그리고 연주자를 발굴한다는 취지와 공을 들인 무대 연출은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면서 여성을 배제한 건 모순이다.”
김=“비틀스와 콜드플레이가 남자로만 구성된 밴드라서 세계적 음악팀이 된 게 아니다. 특정 성에 포커스를 맞춰 성공 과정을 그린다는 게 문제다. 요즘 악기 다루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나. 무대엔 다 남자만 오르는데 정작 그 밑에서 여성 스태프들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강=“ ‘슈퍼밴드’는 ‘브로맨스(남성들의 사랑과도 같은 우정)’를 너무 강조한다. 남성 출연자의 연대를 보여주는 방식도 고루하다. 아직까지 방송에서 특정 연령대와 성에 대한 편견을 여전히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김= “비단 두 프로그램뿐만 아니다. TV조선의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은 제목부터 이상하다. 내용은 평범한 부부 생활 이야기다. 도대체 ‘아내의 맛’은 무슨 맛이란 말인가.”
양승준ㆍ김표향ㆍ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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