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 환경 전문 기업 선언한 ‘퍼시스’
‘사무 환경이 문화를 만듭니다.’
사무용 가구 전문 브랜드 퍼시스가 2017년 내놓은 광고문구다. 퍼시스는 대기업들 간 ‘사옥 규모 경쟁’이 불붙었던 1990년대 초반부터 정보기술(IT) 버블로 많은 오피스가 생겨난 2000년대 초반까지 사무용 가구 시장이 커지는 흐름을 타고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2010년 중반까지 연 매출이 계속 2,300억원대에 머무는 정체기를 겪었다. 경기 침체 때문에 회사들은 사무 가구를 비용 측면으로만 접근했다. 쉽게 말해 싼 제품만 찾았다는 뜻이다.
퍼시스는 2017년부터 ‘사무 환경이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펼치며 인식을 바꿔 놨다. 가구 자체보다 가구가 놓인 공간에 초점을 맞춘 퍼시스의 접근은 창의성과 업무 효율을 동시에 요구하는 법인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7년 2,89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퍼시스는 작년 3,156억원으로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도 230억원에서 27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퍼시스의 국내 사무 가구 브랜드 시장 점유율은 55%가 넘는다.
사무용 가구 브랜드에서 출발한 퍼시스는 현재 생활용 가구 브랜드 ‘일룸’, 의자 브랜드 ‘시디즈’, 디자이너와 스타트업을 위한 가구 브랜드 ‘데스커’, 폼 매트리스 브랜드 ‘슬로우’,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 ‘알로소’ 등 총 6개의 전문 브랜드를 보유한 전문 가구 그룹으로 성장했다. 퍼시스 그룹은 부엌을 제외하고 가정과 사무실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가구를 다룬다. 6개 브랜드의 작년 매출을 다 합치면 6,000억원을 넘는다.
퍼시스는 1983년 창립과 함께 ‘디자인 경영’을 도입했다. 디자인경영은 모든 제품에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고수하는 경영 전략으로, 당시로서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현대인에게 사무실은 단순한 ‘일터’인가.’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바로 이 질문에서 퍼시스의 꿈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사무실은 단순 일터가 아니라 개인과 조직, 사람과 일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자 공동체를 지탱하는 터전이라는 게 퍼시스의 철학이다.
퍼시스는 1989년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가구 연구소를 세웠고, 작년 5월에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가구 연구소를 확대한 통합 연구소 ‘스튜디오 원’의 문을 열었다. 스튜디오원은 퍼시스 디자인 전략의 핵심 기지로, 90여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퍼시스 본사 전체 관리 직원의 3분의 1 규모다. 퍼시스가 1999년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일본의 ‘굿 디자인 어워드’를 시작으로 독일의 ‘레드닷’과 ‘iF’, 미국 ‘IDEA’ 등 세계 4대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가구 연구소에 기반을 둔 지속적인 기술 개별과 혁신 덕이었다.
퍼시스는 현재 삼성, LG, SK, NHN, GS리테일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 등과도 거래하고 있으며, 세계 70여개국에 의자를 비롯한 시스템 가구를 수출한다. 가구 업계 최초로 미국, 이탈리아 등 가구 선진국에서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있다.
이종태 회장은 최근 ‘오피스 4.0 시대’의 맨 앞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핵심 전략은 사무 공간 컨설팅 강화다. 퍼시스는 사무용 가구를 생산,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적의 사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돕는 컨설팅 업무까지 하고 있다. 작년 11월 새로 선보인 ‘창의성을 말하는 회사가 있고, 공간으로 보여주는 회사가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는 퍼시스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함축한다.
이 회장은 “사무 환경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일하는 공간이 아닌 즐거운 생활 공간으로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사무 환경 전문 컨설팅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2021년까지 연 매출 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사무 환경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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