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 금융가인 상하이 푸둥지구의 모습. 상하이=류효진 기자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 와중에,자국 금융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12개 조치를 신규 발표하면서 해외 금융자본의 중국 내 투자 문호를 조금 더 넓혔다.표면적으로는 중국으로의 금융서비스업 진출이 더 활발해지고,이미 중국에 진출한 한국 은행ㆍ보험사들도 경영권을 확보할 길이 열린 듯 하지만 정작 국내 금융사들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은보감회)는 지난 2일 자국 금융시장 개방을 위한 신규 조치 12개를 발표했다. 개방은 크게 세 방향이다.△외국 자본을 자국 자본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내외자일치원칙’ 이행 △외국 자본의 중국 진출에 필요한 자산규모 및 경영연한 등 제한 취소 △외자 은행의 중국 내 업무 범위 확대 등이다.아울러 해외 금융ㆍ비금융 자본의 중국 내 은행ㆍ보험사 투자와 업무ㆍ기술협력 등을 장려한다는 조항도 담겼다.이 조치는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중국은 이미 지난해 4월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가 발표한 금융시장 확대 로드맵에 따라 조금씩 시장 진입장벽을 완화해 왔다.이에 따라 스위스 UBS은행은 지난해 중국 내 합작사 UBS증권의 과반 지분을 확보했고네덜란드 ING은행도 중국 내 상업은행 지분 51%을 확보한 최초의 외국회사가 됐다.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최초로 독자지주회사 설립을 허용 받았고,프랑스 보험사 AXA도 현지 파트너 보험사 지분을 인수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런 기존의 움직임에 새로 12개 조치까지 발표되자, 일각에선 중국 진출이 지지부진한 국내 금융권에도 기회가 열릴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은 중국 은행을 자회사로 인수하고, 위안화 취급도 용이해지며 보험사의 경우 중개업무 허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보험상품 판매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중국 내 점포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하지만 정작 국내 금융사들은 당장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이 내년 시행되는 외상투자법 등을 통해 ‘내외자일치원칙’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역 금융당국의 인허가 절차가 불투명해 선뜻 진출을 결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나온 선언 성격이 강해 보인다”며 “실제 체감할 정도로 빗장이 열리지 않는다면 진출 규모를 더 늘리지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중국계 금융사들이 이미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해외 금융사의 신규 진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핑안보험과 차이나라이프 등 국유보험사가 압도적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어 내외자일치원칙을 도입해도 돌파구를 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중국 금융당국에서도 시장 개방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12개 조치가 공개된 지 이틀만인 지난 4일 루레이(陸磊) 중국외환관리국 부국장은 “국내 금융안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개혁 조치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그 과정에는 부침도 잦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