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이용자 24% “소셜 블랙아웃 시도해 봤다”
SNS 업체 ‘정보-광고 균형’ AI 기술 개발 씨름
개그맨 유민상씨는 최근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당일 조조 티켓을 찍은 사진과 함께 “영화를 봤다는 사실보다 스포(스포일러ㆍ영화 등의 결말이나 중요한 부분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것)에서 자유롭다는 사실이 더 행복하다”고 썼다. 사람들은 “200% 공감한다”며 호응했고, ‘스포’ 피하는 방법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톡 금지’가 있다고 공유했다.
직장인 왕해나(33)씨도 이런 트렌드에 격렬히 호응하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스포’를 당할까봐 포털 댓글창도 읽지 않는다는 왕씨는 아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을 끊어버렸다. 그는 “내가 원하지 않는 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공간이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출범 초기부터 태생적으로 ‘정보 홍수’ ‘정보 과다’ ‘정보 범람’ 등의 부작용이 지적됐지만, 사람들은 SNS에서만큼은 다른 기대를 가졌다. ‘네트워킹’을 핵심으로 관계망을 넓히고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이라는 속성 때문이다. 그런데 SNS에서도 조금만 방심하면 영화 ‘스포’부터 잔인하고 가학적인 콘텐츠까지 ‘툭’ 튀어나오는 상황이 됐다. 소셜미디어 세계에서 ‘TMI(Too Much Informationㆍ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쳐 SNS를 접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SNS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서 소셜미디어 이용을 완전히 차단하는 이른바 ‘소셜 블랙아웃’을 시도한 경우가 24%나 됐다. ‘필요 없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라는 이유를 댄 응답자가 31.9%였다.
◇‘좋아요’는 ‘쩐의 전쟁’
SNS 앱을 켰을 때 어떤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느냐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저마다 구성한 알고리즘에 따른 복잡한 계산이 반영된다. 이용자가 오래 머물거나 댓글을 다는 등 적극적 반응을 보이는 콘텐츠의 유형을 참조해, 그가 선호할만한 콘텐츠를 먼저 보여준다. 해당 콘텐츠를 올린 계정과 이용자 사이의 친밀도, 이용자 접속 시간과 게시물 업로드 시간의 시차 등을 함께 고려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히트시킨 건 ‘좋아요’ 버튼이다. ‘좋아요’ 수는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에서 기본적인 뼈대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반응하는 콘텐츠는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더 빠르게 퍼지게 돼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 누구에게 확산시킬 것이냐의 경계를 긋기 어려운 점이다. 소셜미디어들은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확산해야 돈을 버는 수익모델을 취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콘텐츠는 더 많은 광고가 붙고, 소셜미디어가 얻는 수수료도 많아진다. 이를 위해 사람들의 눈을 끄는 ‘미끼’가 올려지고, 허위 계정을 이용해 ‘가짜 좋아요’ 수를 높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마구잡이로 유통되는 것이다.
◇‘취향 감별사’ AI의 출격
소셜미디어 업체들도 TMI와 씨름하고 있다. 수익에만 집착하면 ‘소셜 블랙아웃’으로 이탈하는 이용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광고성 콘텐츠를 아예 별도 탭으로 제공하는 실험을 시도했다가 광고주의 반발과 이용자들의 외면으로 실험을 접었다. 인스타그램은 콘텐츠 내용과 품질을 노출 기준으로 삼기 위해 ‘좋아요’ 기능을 숨기는 실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셜미디어의 숙명은 이용자가 이탈하지 않을 정도로만 광고성 콘텐츠를 노출하는 ‘적정성 찾기’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투입되는 게 인공지능(AI) 기술이지만 갈 길은 멀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협업 기반 필터링’과 해당 사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 내용을 분석하는 ‘콘텐츠(내용) 기반 필터링’을 조합하는 방식인데,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음악의 경우 장르, 분위기 등 말로도 정리하기 힘든 것을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정의해야 하고, 뉴스 콘텐츠는 문장 길이, 단어 등 글의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남주한 카이스트 교수는 “단순히 인기가 많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분석하면 소비 기록이 없는 것들은 아예 배제되는 등 한계가 있다”며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적절하게 콘텐츠를 노출시키려면 이용자의 기분, 상황까지 고려해야 해 AI 기술 개발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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