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기준과장
35억년 전부터 식물은 광합성으로 탄수화물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햇빛으로 생물과 인류의 양식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요즈음 햇빛은 기피대상이다. 햇빛에 잠깐이라도 노출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선크림, 선캡, 선팅 등을 사용한다. 우리 국민이 하루 10분간 신체의 10%만 햇빛에 노출해도 필요량을 합성할 수 있는 비타민D가 부족한 것이 이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2015년 보건복지부가 정한 ‘한국인영양소섭취기준’(한국영양학회 2015)에서도 성인의 비타민D 섭취기준을 하루 5㎍에서 10㎍으로 2배 높였다. 비타민D는 뼈 건강에 필수적이지만 부족하면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비타민D는 바깥활동으로 햇빛에 의한 합성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다.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고려하면 충분한 식품섭취로 보완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타민D가 함유된 식품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고 함량도 미미해 일부 비타민D가 강화된 식품류와 보충제 정도가 비타민D의 주요 급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수행하는 ‘한국형 총식이조사’연구에서 비타민D가 전혀 없었던 표고버섯(또는 마른 표고버섯)을 햇빛에 노출했더니 비타민D가 상당량 만들어지는 걸 알아냈다. 표고버섯 두세 송이만 먹어도 성인의 비타민D 하루 필요량을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버섯을 뒤집어 포자 쪽을 햇빛에 노출하거나 얇게 썰어 표면적을 넓게 해 햇빛에 노출하면 더 많이 생성됐다.
우리나라는 농작물 수확이 불가능한 겨울에 대비해 겨울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다양한 저장법이 발달했다. 습도가 낮고 햇볕이 좋은 가을에 식재료를 햇빛에 말려 저장해뒀다가 겨울에 조리해 먹었다.
마치 낮이 짧은 겨울철에 햇빛으로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있는 비타민D의 양이 제한되는 것을 알았던 것처럼 우리 조상들은 표고버섯 같은 식품을 햇빛에 건조해뒀다가 비타민D가 부족한 겨울에 먹었으니 조상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전통적인 방법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조리 전에 생 표고버섯을 1~2시간만이라도 햇빛에 노출했다가 조리해 먹으면 손쉽게 비타민D를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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