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수용생활에 관한 모든 것
※ ‘법조캐슬, 사실은?’은 흔히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접하게 되는 법조인과 법조계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와 드라마는 극적 갈등을 위해 아무래도 상황을 과장하게 마련입니다. 캐슬 속에 산다는 그들이 진짜 고민하는 건 무엇일까요. 격주 월요일마다 보여드립니다.
6m 담으로 둘러싸여 세상과 철저히 차단된 그 곳. 한 번 들어가면 ‘천국과 지옥의 차이’가 뭔지 알게 된다는 곳. 구치소와 교도소다. 드라마ㆍ영화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TV나 스크린에 투영된 수용생활은 실제와 꽤나 다르다. 그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출소자와 교도관을 통해 ‘100% 리얼 수용생활’을 들여다 봤다.
사제 수의는 부의 상징… 그곳도 ‘돈이 계급’
어쩌면 수용시설은 퍼스트와 이코노미로 갈린 여객기, 특실과 6인실로 나뉜 종합병원보다 빈부차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바깥에서 누리던 계급과 돈을 다 놓고 들어가는데 어떻게 빈부차가 있냐고 하겠지만, 그 곳에선 영치금(수용자가 교도소에 맡겨두는 돈)이 권력이고 계급이란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수용자들이 가장 먼저 사는 것은 사제 수의(囚衣)와 속옷, 양말이다. 잘 나가는 수용자의 상징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여성 미결수가 입는 연녹색 대신 빳빳한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등장했는데, 이 또한 사제다. 영치금이 두둑한 사람은 수의 안에 받쳐 입는 흰 티셔츠와 속옷도 여러 벌인데다 ‘브랜드’ 옷을 입는다. 올해 초 출소한 A씨는 “바깥에선 눈길도 주지 않는 브랜드인데 구치소에선 서로 입으려 난리”라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판매가 중단된 나이키ㆍ휠라ㆍ퓨마는 ‘레어템(흔치 않은 물건)’이라 불리며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영치금만 있으면 먹고 싶은 음식도 먹을 수 있다. 교도소 매점에서는 팩참치, 김, 훈제닭 등 70여종의 식음료와 240~300종의 생필품을 판다. 하지만 남들 다 먹는 1,000원짜리 빵, 과자도 영치금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샴푸, 클렌징폼은 기본으로 제공되지 않아 비누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해야 한다. 귤 하나 먹으려고 다른 수용자의 속옷 빨래를 다 떠 안고, 김이나 참치 얻어먹으려 재롱을 떨어야 하는 곳이 바로 교도소다. 수개월간 구치소에 있던 한 출소자는 “돈 많은 사람 수발을 들며 노예생활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무료함이 최대 적… 그래서 독서광이 된다
수용시설에선 하루 30분 운동, 한두 시간 교화프로그램을 빼면 온종일 거실(감방)에서 지내야 해서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다. 낮에는 누울 수 없어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신문을 읽는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신문을 본단다. 신문 역시 영치금으로 구독 가능하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책도 인기다. 혼자 쓰는 방이 아니기에 집중해서 읽는 인문학 책보다 ‘종이접기 책’이 인기다. 색종이 대신 A4 용지를 구입해 따라 접기를 무한 반복하는 것이다. 온종일 접다 보니 실력도 수준급이다. 연필꽂이, 필통 등은 기본이고 윷, 화투 만들기 정도는 눈 감고도 한단다. 다만 이런 ‘작품’ 속에 반입금지품을 숨기는 경우도 있어, 검방 때 교도관들이 종이작품을 모두 수거한다. 한 교도관은 “한 번은 대형 학을 수거했는데 너무 잘 만들어서 버리기 아까워 사무실에 전시해 뒀다”고 말했다.
요리 실력도 수준급이다. 이들의 요리 세계는 불이 없어도 무궁무진하다. 급식으로 나오는 반찬의 양념을 덜어 뒀다 매점에서 산 반찬과 조합해 새 음식을 만들고, 종교행사나 명절에 특식으로 제공되는 가래떡에 라면, 소시지, 참기름을 넣고 라볶이를 만든다. 과거엔 식빵과 요구르트를 섞어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술을 빚기도 했다.
우정은 없다… 매일 살 부대끼는 지옥
범죄 관련 드라마나 영화에서 클리셰로 등장하는 것이 교도소 입소 첫 순간이다. 운동장 있던 수용자들이 철조망 너머 호송차에서 내리는 신규 수용자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장면인데, 현실에선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한 교도관은 “교도소는 공간 구분이 매우 엄격해 특정 공간에서 다른 공간이 보이지 않게 설계된다”며 “기존 수용자들이 신규 입소자와 그렇게 마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군기잡기도 사라진 지 오래다. 올해 초 출소한 A씨는 “6개월마다 거실이 바뀌기 때문에 특별히 ‘무리’가 형성되기 어렵고, 만에 하나 군기를 잡거나 신고식을 하면 바로 끌려간다”고 말했다. 10년차 교도관 B씨도 “요즘은 신고제도가 잘 돼 있어서 조금이라도 피해를 당하면 곧장 신고가 접수된다”며 “폭력이나 금품 갈취는 징벌방에서 처벌을 받고 단순 욕설이면 거실을 바꾸는 조치를 취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용생활이 평온하기만 한 건 아니다. 드라마처럼 같은 거실 수용자끼리 우애도 찾기 어렵다. 현실은 ‘지옥’에 가깝다. 1인당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 6~10명이 살을 맞대다 보니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한 출소자는 “그 좁은 데서 볼펜, 속옷을 훔치는 절도 사건이 벌어지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어 말싸움 정도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소자도 “입소 전까지만 해도 성선설을 믿었는데, 다녀온 뒤론 달라졌다”며 “정말 악마같은 사람도 있어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수용시설은 교도관에게도 쉽지 않은 공간이다. 하루 반나절 이상을 교도소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죄질이 좋지 않은 수용자들이 수시로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재소자와 입을 맞춰 특정 교도관을 상대로 민원을 내거나 인권위에 진정을 넣는다. 수도권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은 “출소하면 집에 찾아가겠다거나 가족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불안에 떨 수 밖에 없고, 실제 우울증에 시달리는 교도관도 많다”고 털어놨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