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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권익위원장 “공공기관 채용비리 적발 등 성과… 반부패 개혁 점수 80점”

입력
2019.05.13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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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반부패 개혁' 어디까지 왔나] <1> 박은정 권익위원장 

 ‘공직자 민간청탁 처벌’ 김영란법 개정ㆍ공익신고자 신분 유출 제재 강화 추진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권익위 서울 사무소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비실명 대리신고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변호인단을 꾸려 신고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재훈 기자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권익위 서울 사무소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비실명 대리신고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변호인단을 꾸려 신고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재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의 시간은 반칙과 특권의 시대를 끝내는 반부패 개혁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라’는 요구는 ‘촛불시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반부패 개혁 드라이브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 국가별 부패ㆍ청렴도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CPI)는 역대 최고치로 상승했다. 2008년 이후 하락세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급반전했다. 하지만 반부패 개혁은 도전에 직면했다. 적폐청산이 미흡하다는 여론이 크지만,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은 때문이다. 이에 본보는 문 정부 3년차를 맞아 반부패ㆍ청렴 관련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 박은정 위원장을 시작으로 5개 부처 장관을 릴레이로 만났다. [편집자주]

적폐청산과 반부패 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학사비리, 방산비리 등 각종 부패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과 계속된 사정기관의 적폐 근절 수사 등으로 부패의 토양은 상당히 정화됐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반부패 개혁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8일 본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만에 반부패 개혁의 성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면서 “반부패 개혁 점수가 70~80정도는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_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한 반부패 개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청렴사회에 대한 기대로 출범한 정부다. 반부패 개혁은 시대적 소명이다. 반부패 개혁을 위해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지난 2년 동안 국가 전반의 반부패 정책 체계를 바로잡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당한 관행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고 자부한다. 그야말로 반부패 개혁의 기반을 다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범국가 차원의 반부패 정책 추진체계를 복원한 점을 내세우고 싶다. 100점 만점에 70~80점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_어느 정부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반부패 개혁을 내세우지 않은 정부는 없지 않나.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뭐가 다른가.

“과거에도 반부패 정책이 없지 않았지만 개별 기관별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017년 9월 출범했다. 간사 기관 격인 권익위를 비롯해 법무부, 금융위, 공정위, 국방부, 검찰 등 13개 기관장이 참여한다. 출범 당시 문 대통령이 모든 정책 기조를 반부패 개혁에 두겠다며 협의회 가동을 촉구해 만들어진 기구다. 반부패 개혁에 있어서 대통령의 의지는 아주 확고하다. 국민들께서 혹시라도 시간이 지나 정부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실 수 있는데 이 부분만큼은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_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가 지난해 57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 중에선 30위에 그친다.

“OECD 국가의 CPI 평균점수는 68점으로 우리나라보다 11점 높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국민 눈높이에 견주면 아직 충분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반부패 정책이 공공부분 중심으로 추진되다 보니 민간 부문의 부패문제 개선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청렴이 사회 문화적인 토양으로 자리잡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걸린다. 다만 반부패 개혁은 지도자의 의지,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중요한데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나아질 거라 본다.”

_권익위가 추진한 반부패 정책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꼽는다면.

“공공기관 채용비리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지난 2월 재발 방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구직자에 대한 채용기회를 앗아가는 범죄다. 청년 세대의 실업문제가 심각한 만큼 정부는 채용비리만큼은 뿌리뽑겠다는 그런 각오로 임해 공공기관 1,205개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182건의 비리를 잡아냈다.”

_정부 조치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제도로 정착되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제도화 작업은 이미 시작했다. 우선 채용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봐주는 일이 없도록 기관마다 들쭉날쭉한 채용비리 양정기준을 통일했다. 또 공공기관이 특별채용을 할 때 기관장의 재량이 개입될 수 없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하지만 이걸로 부족하다. 그래서 앞으론 매년 정례적으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벌이고 그 결과를 이듬해 초 국민에 보고하려고 한다. 아직 정부 대책에 대한 효과를 속단하긴 어렵지만 과거만 해도 인사청탁이 관행으로 치부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엄정한 처벌을 받는 부패행위란 경각심이 생겨났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KT전국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인사채용 비리에 대한 전수조사와 범죄 혐의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KT전국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인사채용 비리에 대한 전수조사와 범죄 혐의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_공공기관은 그렇다 치고 민간은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 아니냔 지적도 있다. KT 채용비리 사태가 대표적인 경우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채용비리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행스러운 건 지난달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민간기업의 채용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으로 채용과정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한 경우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더 중요한 건 공직자가 민간기업에 청탁할 여지를 없애는 것이다. 지금의 청탁금지법엔 민간인이 공직자에 청탁하는 걸 막기 위한 방안만 담겨 있지 반대로 민간에 부당한 청탁을 하는 공직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빠져 있다. 현재 이를 위한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올 하반기 국회를 설득해 반드시 법 개정을 관철시키겠다.”

_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시행 3년차다. 어느 정도 정착이 됐다고 평가하나.

“이 법이 우리사회에 새로운 청렴문화를 조성하는 데 큰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간 당연시됐던 과도한 접대, 청탁 문화에 대해 국민이 되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11월 국민, 공직자 등 3,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했더니 국민 10명 중 9명이 이 법을 찬성하더라. 기업도 이 법 시행으로 기업하기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물론 일부에선 걸리면 한 번 창피당하고 말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창피를 줄 수 있는 법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_실제 현장에서 적발되는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많은 편인가.

“법이 시행된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신고 처리 현황을 조사했더니 각 기관으로 접수된 위반신고는 총 1만4,10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중 수사의뢰 등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신고건만 527건이다. 법이 비교적 엄격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초반엔 금품 수수에 대한 신고가 많았는데, 공공기관 채용비리 계기로 부정청탁 신고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저작권 한국일보]’변호사 대리 비실명 공익신고’ 제도 도입 뒤 접수현황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변호사 대리 비실명 공익신고’ 제도 도입 뒤 접수현황_김경진기자

_최근 공익신고가 늘고 있는데 정작 공익신고자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제정하고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계속 보완해 왔지만 우리사회를 위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낸 신고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여전히 정신적,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신고자들이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신고자가 받는 불이익은 거의 모두가 신고자의 정보가 유출됨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권익위는 올해 신고자 신분 유출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지금은 신고자의 비밀을 고의로 유출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돼 있는데 앞으론 중대한 과실로 신고자 비밀이 유출된 경우에도 처벌하는 식으로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_운영 중인 비실명 대리 신고제를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는 자신의 신분 노출을 우려한 공익신고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신고자의 이름이 아닌 변호사의 이름으로 공익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이 제도가 확고히 자리잡으려면 어떤 변호사를 선임하고, 또 그 비용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의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에 권익위는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 활성화를 위해 ‘비실명 대리신고 변호사단’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 변호사단이 꾸려지면 변호사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신고자가 신고상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가 대주면 변호사 선임 비용 때문에 신고를 주저했던 이들로선 마음 놓고 신고를 할 수 있을 걸로 본다.”

_지난 2년 간의 활동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부패 컨트롤 타워로서 국민권익위원회를 재편하려는 노력이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효과적인 반부패 개혁을 위해선 권익위의 기능과 조직을 부패방지 중심으로 개편하고, 기관 명칭 역시 ‘국가청렴위원회’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더 노력하려고 한다.”

인터뷰=김정곤 사회부장 jkkim@hankookilbo.com

정리=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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