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익의 공적 환수방안 마련하고
유연한 공급으로 주택시장 안정 관리를
후분양제, 세입자보호 강화도 병행해야
정부가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창릉동과 부천시 대장동을 ‘3기 신도시’로 지정하면서 3차례에 걸친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 계획이 완성됐다. 사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 이전에 이미 2022년까지 충분한 수도권 주택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이후의 주택공급 계획을 조기에 확정 지어 이른바 ‘공급부족론’에 따른 시장 불안심리를 제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차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정부는 최근의 시장안정세가 오랜 기간, 보다 확실하고 굳건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하지만 대규모 택지공급은 대규모의 토지용도 변경과 개발이익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 땅값과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 지금이야 수도권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기 때문에 그런 움직임이 덜하지만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정부가 공공택지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투기행위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000년대 ‘판교신도시’의 경우처럼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도 개발지역과 주변의 부동산 가격 앙등을 제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건설업계나 투기적 개인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공이 저렴한 택지를 활용해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등 공영개발을 대폭 확대해 개발이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으로는 개발이익이 지역의 기반시설 및 교통 확충, 일자리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환수 방안을 적극적으로 짜고 실행해야 한다.
한편 3기 신도시에서 계획된 물량들이 실제로 공급되는 2020년대 중반에는 생산가능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인구절벽’ 시기와 맞물린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 결과에서는 인구절벽이 더욱 빨리,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은 집값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3기 신도시 정책을 내놨지만, 주택이 완공되는 시기에는 이미 안정된 주택시장을 더욱 가라앉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계획을 그대로 고수하기보다는 시기별로 전개되는 주택시장 흐름을 살펴서 공급정책의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3기 신도시가 서울 구도심이나 1기 신도시 등의 인구를 흡수하면서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촉진할 수도 있다. 정부는 도시재생사업을 활발히 벌이겠다고 하지만 이는 서울이나 인천 등의 구도심에 주로 해당되는 얘기다. 기존 1기 신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신도시’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집값 상승의 지역적 이동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기 신도시 정책 이외에도 정부의 과제는 많다. 정부가 총선 등을 앞두고 선심성 부동산 부양책으로 선회하지 않는다면 수도권 주택시장은 일시적 기복은 있겠지만 향후 3, 4년 이상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집값 하향세가 길어지면 하우스 푸어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 아파트단지별로 주택담보대출 실태를 파악해 ‘부채 히트맵’을 구축하는 등 부채 디레버리징 과정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정책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중ㆍ장기적 대책에 더 큰 비중을 실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택수요자인 국민들의 입지를 극도로 취약하게 만드는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전면 전환할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또한 공정임대료와 전ㆍ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할 임대차시장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다주택자들에게 ‘조세회피처’를 제공한 측면이 강한 임대주택등록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임대주택과 임대소득 실태를 전면 조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기반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다주택자에 대해 당근과 함께 채찍도 구사할 수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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