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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달래는 트럼프… 식량지원 비꼬는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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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달래는 트럼프… 식량지원 비꼬는 북

입력
2019.05.12 20:00
수정
2019.05.12 21: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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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 미사일, 신뢰 위반 아냐”… 北 “南, 근본문제 뒷전 인도주의 생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북 구성시 일대에서 실시한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북 구성시 일대에서 실시한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우리 정부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추진 중인 대북 식량지원을 겨냥해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뢰 위반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괘념치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에 반발,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통해 미국에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입장 변화가 없는 미측에 대한 불만을 수위를 조절하며 내놓는 형국이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12일 ‘북남선언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주변 환경에 얽매여 선언 이행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북남관계의 새 역사를 써 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우리 겨레의 요구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마치 북남관계의 큰 전진이나 이룩될 것처럼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대북 식량지원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남측이 비핵화 같은 ‘근본적 문제’를 둔 채 북한을 지원하려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날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이 “남조선(한국) 당국이 자체의 정책결단만 남아있는 개성공업지구 재가동을 미국과 보수패당 눈치를 보면서 계속 늦잡고 있다”며 개성공단 재가동을 주장한 것도 북한이 원하는 바는 ‘인도주의 사업이 아닌 경제발전’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남측을 향한 비난이지만, 경제 제재 해제권을 쥔 미국을 향한 간접적 반발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식량지원 의사를 공식 타진하지 않은 만큼 식량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자존심 세우기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대북 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변함 없는 데 대한 불만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한) 그것들은 단거리”라며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한 것이, 판을 흔들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북측 메시지를 무시한 것으로 간주해 반발했다는 의미다.

다만 북측은 직접적인 대미 메시지에 있어선 수위를 조절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미 국무성이 ‘북조선자유주간’이라는 것을 계기로 우리 인권상황을 헐뜯는 공보문을 발표한 것은 허위와 날조로 일관된 궤변”이라고 밝혔다. 표면상 맹비난을 퍼붓긴 했으나 외무성 성명 등 기관 명의 발표문이 아닌 기자 문답 형식을 빌려 격을 낮췄다는 평가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는 북미 협상과 무관한 ‘자위적 훈련’이라고 주장한 상황에서 다짜고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수는 없기 때문에 대남 비난으로 우회하거나 낮은 수위의 대미 반발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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