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후원 아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대결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미국과의 군사협력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대규모 집회와 군 봉기 촉구 등 그동안의 우회적 방법으로는 정권 축출이 어렵게 되자, 최후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무력 개입 카드까지 내보인 것이다.
APㆍAFP통신 등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카를로스 베키오 미국 주재 특사에게 즉시 미군 남부사령부와 접촉해 협력 문제와 관련한 직접 소통을 개시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뒤 미국과 한국 등 50여개국 지지를 받고 있는 과이도 의장이 미국의 무력 개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앞서 크레이그 폴러 미군 남부사령관도 9일 트위터를 통해 “과이도 의장이 초대한다면, 베네수엘라 국민과 헌법질서 재건을 우선시하고 옳은 결정을 한 군 지도자들의 향후 역할을 미국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논의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과이도 의장은 이날 집회에서 “베네수엘라 영토에서 미국의 군사협력이 있을지, 그것이 필요한지와 관련해 우리는 이미 한참 전에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사 개입’이 아닌 ‘협력’이라는 단어를 골라서 사용한 점을 강조하며, “이미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쿠바와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과이도 의장은 지지자들을 향해 “공포와 절망의 포로가 되거나 아니면 희망과 힘, 자신감으로 계속 거리를 채우는 기로에 있다”며 “마두로 정권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달 30일 과이도 의장의 군사봉기 시도 실패 후 마두로 정권의 탄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AFP는 이날 집회 규모를 이전보다 적은 1,500∼2,000명 가량으로 추정한 뒤, 이는 베네수엘라 시민들의 과이도 의장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몇 달씩 이어진 집회에 따른 피로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은 마두로 정권 압박을 이어가며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야권 세력에 꾸준히 힘을 싣고 있다. 이와 관련, dpa통신은 미국 정부가 국방, 안보 분야에서 베네수엘라와 사업을 하는 국내외 기업들을 제재할 예정이라고 미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영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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