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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장관 “지배구조 바꿔야 기업부패 근절… 재계는 상법개정 수용해야”

입력
2019.05.14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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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정부 '반부패 개혁' 어디까지 왔나] 

 집중투표 의무제ㆍ감사 분리선임 세계적 기업 성장 위해 꼭 필요 

 적폐수사 상당부분 마무리 단계… 이제 학사ㆍ채용비리에 집중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과정정부청사 법무부 장관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과정정부청사 법무부 장관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지나면서 과거 정부의 폐단과 단절하는 적폐 수사에 대한 피로감이 적지 않다. 특히 사정당국이 지난 2년 간 대형사건 수사에 수사역량을 집중하면서 민생 범죄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8일 본보 인터뷰에서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된 적폐수사가 이제 상당부분 마무리됐다”면서 “대형사건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만큼 생활 속의 반칙과 특권 해소가 필요한 ‘생활적폐’ 수사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특히 공공부문에 대한 반부패 드라이브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토대로 민간, 특히 기업부문의 부패 척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공공영역 부패도 문제지만 기업부패는 거래하는 외국인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재벌기업들의 왜곡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중투표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의 제도가 포함된 상법 개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_과거 정부와 비교할 때 반부패 수사와 관련해서 채용비리에 대한 집중이 눈에 띈다. 

“3월까지 56명이 구속됐고 135명을 기소했다. 채용비리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범죄로 접근해야 한다. 흔히 양극화 사회라면 경제적인 격차만 생각하지만 의식의 양극화도 중요하다. 취업난으로 많은 청년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누구는 ‘패스트트랙’으로 합격을 하니, 이 상황을 지켜보는 청년들 심정이 오죽하겠나. 그대로 두면 재발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추적해 청탁한 사람과 들어준 사람들이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

 _방위산업 관련 비리와 기술유출도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악질 범죄로 꼽힌다 

“방산비리는 서울중앙지검에 방위사업 수사부 설치해 집중단속을 해오고 있고 기술유출은 수원지검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하고 대검찰청과 국가정보원 간에 협업 채널을 만들어서 대응하고 있다. 기술 유출의 근원인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인 기반도 마련됐다. 어려운 국회 상황에도 불구하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지난달 23일개정했다.”

 _유치원 사학비리 문제는 교육부 영역이기도 하지만, 법무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기소를 했다. 교육부에서 올 하반기 사학혁신작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 안에도 그런 부분들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대학을 포함해 사학 비리는 국민들과 직결되는 것이라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다.”

 _정권 교체와 함께 공공기관 물갈이 인사의 관행을 지적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는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에도 정권이 바뀐 후 공공기관 임직원 교체는 있었다. 이번 정부에선 오히려 정도가 덜했다. 이런 관행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수사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자칫 공공기관의 업무 수행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기 때문에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선거 공약인 정책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해당 공기업의 임원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게 수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기면 불안해서 업무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_국정농단 수사에 이어 사법농단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적폐수사가 너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오래 끌려고 했던 것도, 의도를 갖고 시작했던 것도 아니다. 문제는 ‘드러난 사실’이라는 점이다. 명백히 확인된 범죄 혐의가 있는데 덮어두면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겠나. 현 정부정당성의 핵심 요소가 무너질 수 있다. 다만 적폐 관련 수사는 이제 마무리 단계다. 신속하게 검찰이 진행하도록 얘기하고 있다. 앞으로는 채용비리,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발생하는 토착비리, 경제적 약자 상대 갑질행위 등 ‘생활 적폐’ 수사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_반부패 드라이브에서 경제분야의 부패 척결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 큰 성과가 있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시행령 개정안에 5억원 이상 배임ㆍ횡령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면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피해 기업체에 대한 취업을 금지하도록 했다. 7일에 공포해서 11월부터 시행된다. 기업부패 막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다.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중요한 변화인지 체감하게 될 것이다. 법무부 검찰국에 ‘경제사범 전담팀’을 설치해 취업제한 위반여부 조사 등을 진행할 것이다.”

 _상법 개정을 놓고 재계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부패를 근절하려면 왜곡된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되고 있는 중요한 원인도 지배구조 문제 때문이다. 법무부의 상법개정안은 과격하지 않다. 이사회나 감사 등을 기업 오너들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꾸자는 게 상법개정의 핵심이다. 재계에선 기업 옥죄기라고 반발하는데, 어느 정부가 기업이 잘 안되길 바라겠나. 해당 기업에는 고통스러운 작업일 수 있지만 국가 경제를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_재벌이 국가 경제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현실론을 감안할 때 변화가 가능하겠는가. 

“경제단체들과 대화를 하면서 설득하고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원래 목표는 4가지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었는데 재계는 다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우선 재계 반대가 덜 심한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도입에 집중하려고 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이다. 한번에 안되면 하나씩이라도 바꿔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

 _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관련 법안은 당초 법무부가 의도한 내용에서 달라진 부분이 적지 않다. 

“공수처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이 대상인 경우에만 기소권을 주도록 했는데, 나머지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도 공수처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1월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정부합의안을 토대로 만든 것이었는데, 국회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일부 내용이 추가되고 변경됐다. 법무부는 여전히 백혜련 의원안대로 통과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_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무일 총장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주장 중 반영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나. 

“예를 들면 검찰청법을 통해 검찰의 1차 수사 가능 범죄를 제한했는데, 검찰이 수사 중 새로운 범죄 사실을 적발했는데 수사 대상이 아니면 어떻게 하냐는 지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경찰에게 수사요구를 할 수 있는 그런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수사 효율상 수사대상 사건과 직접 연결된 관련 범죄들은 수사 가능 대상 범죄로 포함시키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앞으로 보완됐으면 한다.”

 _검찰권 축소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 권한 대부분이 경찰로 넘어가는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온다. 

“경찰도 사법경찰이 행정경찰과 분리돼야 하고, 사법경찰은 수사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엉성하고 미진하게 수사해 사건을 종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이 안되겠다고 판단하면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가자고 할 수도 있다.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경찰도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

 _문무일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은 논의 과정에서부터 배제됐다는 불만이 있는 것 같다. 

“검찰이 어떤 입장인지는 잘 알고 있었고, 여러 경로 통해 의견 수렴도 했다. 앞으로도 검찰 의견 듣고 반영할 것은 하고 보완해갈 것이다. 다만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있다. △경찰이나 검찰 모두 상대 조직에 대한 기존의 불신을 토대로 논의를 진행해선 안 된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특정 사건을 일반화해서 말하는 것도 논의에 도움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국민들을 호도하지 않아야 한다.”

 _참여연대가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평가하면서 법무부의 탈(脫)검찰화가 잘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팩트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탈 검찰화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7개 실국ㆍ본부 중 기획조정실장, 검찰국장을 뺀 다섯 자리가 검사 출신이 아니다. 또한 감찰과, 법무심의관, 그리고 8개 과장과 21명의 평검사직이 비검사로 바뀌었다. 추가로 과장직위가 개방될 것이다.”

인터뷰=김정곤 사회부장 jkkim@hankookilbo.com

정리=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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