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언급에 정치권도 사흘째 들썩였다.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다른 진영에서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여성혐오나 언어성폭력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외투쟁 하면서 무심결에 내뱉은 ‘달창’이라는 그 말이 보수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한껏 고조됐던 시점에서 5.18 망언 하나로 전세가 역전 되었듯이, 장외투쟁이라는 큰 목표를 ‘달창’ 시비 하나로 희석시킬 수 있다”며 “잘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문제의 발언은 앞서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등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취임 2주년 대담을 진행한 KBS 기자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그 기자 요새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 당하는 거 아시죠”라고 말했다. ‘달창’은 문 대통령 지지자 그룹인 ‘달빛기사단’에 ‘창녀’를 합친 인터넷 은어로,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11일 오후 “정확한 의미와 유래를 몰랐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급하게 내놓은 해명은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민주당 출신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모르고 쓴 게 더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손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1야당 원내대표라는 분이 그걸 핑계라고 대나. 요즘 내뱉는 말들도 의미도 모른 채 마구 떠드는 거였나”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일은 단순한 막말사태가 아니며 여성혐오이고 언어성폭력”이라고 비판한 자신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올렸다. 이어 이 대표는 “국회를 국회 스스로가 모독하는 일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며 “품격 있는 정치로 돌아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각에선 음모론도 제기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래 본인이 평소에 잘 모르거나 안 쓰던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누군가의 조언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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