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분란ㆍ보수층 정서 의식한 듯 5ㆍ18 망언 이종명 징계 조치 주저
유시민 “얻어 맞고 지역감정 부추기려”… 황교안 대표 “광주 시민 모독” 불쾌감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을 맞는 이번 주말 정치권이 광주에 총집결할 예정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권은 기념식 참석에 앞서 ‘5·18 폄훼’ 논란 의원 징계를 매듭짓지 못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판하며 징계조치를 속히 끝낼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호남 공략에 나선 황 대표는 강경 보수층 정서를 고려한 듯 망언 당사자인 이종명 의원 제명이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결단을 주저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여기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황 대표가 현지에 가) 얻어 맞아서 지역감정을 부추길 것”이란 원색적인 공격에 나서고 황 대표가 “광주시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맞받는 등 정치권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의 참석은 환영하나,그 전에 5ㆍ18을 둘러싼 불미스러웠던 이야기를 말끔히 청산했으면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5ㆍ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국회나 한국당의 징계 절차에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5ㆍ18 진실을 둘러싼 왜곡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 정비를 완료한 다음,여야가 손잡고 광주시민을 만나러 갈 수 있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이는 지난 2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5·18폄훼 논란으로제명 권고가 난 이종명 의원을 이후 한국당 지도부가 제명안 의결을 위한 의원총회(3분의 2이상 동의)를 열지 않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5·18에 대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과 관련, 성난 광주민심을 달랠 조치없이당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김진태ㆍ김순례 의원 역시 황교안 대표 출범 이후 각각 경고와 당원권 3개월 정지의 ‘솜방망이징계’를 받아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이 때문에 황 대표는 이달 3일 광주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집회에 나섰다가현지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와 물 세례를 당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5·18기념식에 참석해 호남민심을 보듬는 통합행보에 나서면서, 의원 징계를 반대하는 당내기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현재 대여투쟁 모드인데 당내 분란을 초래할징계사안을기념식 전에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징계는 국회 정상화 이후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정치컨설팅그룹민대표는 “당내기반이 아직 약한 황 대표가여권에서 요구하는 중징계를 할 수도없는 사정”이라며 “황 대표로서는 기념식에 참석해 5ㆍ18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는 한국당 입장을 확인하고당 안팎의 논란을 일단락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황 대표는 기념식 참석 계획을 “광주에 가서얻어 맞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려는 의도”라는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광주시민 모독이다. 소중한 분들이 잘 판단 하실 것”이라고 응수했다.유 이사장은 전날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행사에서“황 대표가 오면물병 던지기보다는눈 마주치거나 말 붙이지 말고,악수도 말고 돌아서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한편에선 유 이사장의 주문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되레지역감정을 부추긴다”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면 국민통합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윤태곤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물세례 때는 장외투쟁차 방문이었지만 이번엔 국가기념일공식행사인 만큼 야당대표 참석이 적절하고,지나치게 비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총리 시절에도 기념식에 간적 있는 황 대표가 18일 참석하면 한국당 계열 대표로는 김무성 전 대표 이후 4년 만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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