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스위스대사관 신축 건물 내부에 전시에 대비한 방공호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스 국내법상 의무시설이지만 북한 핵공격 상황을 가정해 마련한 방공호로 알려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스위스 대사관은 전날 인근 주민을 상대로 진행한 신축 대사관 투어 행사에서 건물 내 설치된 방공호를 개방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이날 대사관 관계자는 “스위스 민방위법은 건축물을 설계할 때 방공호 건축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북핵에 대비해 특별히 지은 것은 아니고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스위스 대사관을 가도 방공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도 같은날 “스위스 민방위법은 국내나 대사관과 같은 해외 재산인 건축물에 다 적용되는 법령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국내법에도 부합해서 건축 허가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급된 스위스 민방위법은 1963년 통과된 것으로 이중 45, 46조에 “모든 주민은 거주지에서 빠른 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보호처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과 소련의 핵 대결이 한창 악화되던 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영세중립국 스위스가 핵 전쟁 등 전시에 대비해 이러한 법령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스위스에는 주민 거주지와 병원 등 공공시설에 약 30만개의 방공호가 구축돼 있고 5,000개 이상의 공용 방공호도 따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축 스위스 대사관은 당초 주한 대사관 중 최초로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설계한 건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목재 대들보와 넓은 앞마당, 처마 등 한옥 방식을 대거 채택했지만 공교롭게도 방공호로 주목 받게 된 것이다. 스위스 대사관은 오는 17일 신축 개관식을 열며 조현 외교부 제1차관도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김정원 기자 gar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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