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닝정밀 5년간 8324억 유출”
국세청, 탈세 혐의로 1700억 추징
코닝 “추징 취소” 조세심판 청구
결과 따라 행정 소송 확대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본사에서 불필요하게 수조원대 자금을 빌린 뒤 이자비용 조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해외로 유출해 탈세한 혐의로, 국세청이 코닝정밀소재에 1,700억원대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닝정밀소재가 이에 불복하면서 현재 행정심판이 진행 중이다.

19일 국세청과 조세심판원 등에 따르면 미국계 소재 회사 코닝의 국내 자회사인 코닝정밀소재는 국세청이 최근 법인세 등 1,700억원대 세금 추징 처분을 내리자 조세심판원에 이를 취소해달라며 조세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7년 진행한 세무조사에서 코닝정밀소재가 과도한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를 적발하고 세금을 추징했다. 심판 결과에 따라 이번 사안은 행정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모니터, TV 등에 사용하는 액정디스플레이(LCD) 기판유리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코닝정밀소재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코닝의 합작법인인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전신이다. 코닝은 2013년 10월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합작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 보유지분 전량을 19억달러(약 2조2,600억원)에 인수했다. 코닝정밀소재가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지분을 사들여 모두 소각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코닝이 헝가리에 세운 특수목적회사(SPC) ‘코닝 헝가리’가 인수대금 전액을 코닝정밀소재에 빌려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각대금에 보유 현금 등을 보태 코닝 본사의 전환우선주(일정 기간이 지나 보통주로 전환할 권리가 부여된 우선주) 23억달러(약 2조7,4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세청은 결과적으로 코닝 측과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 주식을 주고받는 거래를 한 셈인데, 그 과정에서 주식을 맞교환하지 않고 굳이 코닝정밀소재가 코닝 측 자금을 대출하는 절차를 끼워넣어 탈세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코닝정밀소재가 매년 코닝 헝가리에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줄여 세금을 피했다는 것이다. 코닝정밀소재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대출금 19억달러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8,324억원을 지출했다. 국세청은 코닝정밀소재의 대출과 자사주 매입, 삼성디스플레이의 코닝 본사 전환우선주 매입 등 당시 일련의 거래가 하루 만에 이뤄진 점을 들어 코닝 측이 탈세를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코닝이 한국과 미국이 아닌 제3국가에 설립한 SPC를 통해 코닝정밀소재를 소유한 것도 조세 회피 전략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코닝정밀소재는 조세회피처로 꼽히는 헝가리와 룩셈부르크에 세워진 코닝의 페이퍼컴퍼니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코닝정밀소재가 배당금과 대출이자를 미국 본사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두 나라를 거치면 세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대해 코닝정밀소재 관계자는 “세법에 따라 조세심판청구를 했고 현재 심판원에 계류 중인 사항”이라며 “자세한 심판 내용과 입장은 본사 정책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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