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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칼럼] 황교안式 분열의 정치

입력
2019.05.16 18:00
수정
2019.05.16 18: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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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ᆞ18진상조사위 구성 꾸물대는 황 대표

광주 아픔 치유 의지 안 보인채 재방문만

대권 꿈꾸면 치유ᆞ통합의 행보 보여줘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3일 경북 안동 유교문화회관 교육관에서 열린 안동지역 유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신발을 벗은 뒤 유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3일 경북 안동 유교문화회관 교육관에서 열린 안동지역 유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신발을 벗은 뒤 유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광주 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광주 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일은 5ᆞ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기다. 때마침 새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혈 진압 승인, 계엄군의 ‘편의대’ 편성 공작 활동, 사망자 시신 소각 및 해양 투기, 헬기 탄약 500발 장착 및 소진 등…. 39년 만에 입을 연 증언자들은 당시 광주에서 활동한 미군 정보원과 보안사 간부, 헬기에 탄약을 장착한 군인 등이다. 어쩔 수 없이 가해자권(圈)에 속했던 이들은 가슴 켜켜이 쌓아놓았던 죄의식을 고백하며 ‘진실’을 털어놓는다고 했다.

이 증언들은 정부 기관의 공식 조사ᆞ검증을 거쳐야 증언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그 조사를 담당할 곳이 5ᆞ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다. 설치 근거인 5ᆞ18 진상규명특별법은 지난해 9월 이미 발효됐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에 진척이 없다.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 후보 2명이 법적 자격을 충족하지 못해 청와대가 재추천을 요청했으나 한국당이 응하지 않고 있어서다.

5ᆞ18 진상규명 의지 부재, 5ᆞ18 광주의 아픔에 공감하고 상처 치유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하는 태도, 5ᆞ18 망언을 한 이종명 의원 제명을 위한 의원총회를 석 달째 미루며 감싸는 모습…. 광주 시민들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물을 뿌린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광주 시민들은 새삼 한국당이 5ᆞ18 진압 신군부세력의 정치적 터전이었던 ‘민주정의당’의 후신임을 절감했을 것이다.

황 대표가 광주를 재방문한다. 5ᆞ18 광주에 대해 한 줌 정치ᆞ역사적 부채 의식이 없어 보이는 그의 재방문을 광주와 정치권은 함께 비난했다. 황 대표는 “국가보훈처의 (5ᆞ18 기념식 참석) 초청을 받았다”고 되받았지만 속내는 다른 듯하다.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 내내 합장도 않고 관불 의식도 손사래치며 거부한 그다. 기독교 외의 타 종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표할 의사가 없으면서 행사에 참석한 것은 불교계 표심만 노린 정치공학적 계산의 산물이다. 그런 맥락에서 광주 재방문도 ‘정치적 필요로 가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과도할까. 그 정치적 필요는 뭘까.

정치인의 행보에는 응당 정치적 배경과 목적이 있겠지만 황 대표가 ‘5ᆞ18 광주’를 대상으로 삼은 점은 거슬린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실정을 알린다며 ‘민생투쟁 대장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는 모든 사안을 좌와 우, 즉 이념ᆞ진영 논리로 나누는 이분법적 접근 태도만 보였다. 진보 진영조차 비판하는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라 하고, 정권의 학생운동권 출신들을 ‘썩은 뿌리’라며 뽑아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의 항의 시위에 “이게 우리 법치주의의 현실”이라며 냉소를 날렸고, 농민들에게 “민노총 요구는 다 들어주고 농민들 말씀은 안 들어주는 정부”라며 편을 갈랐다. 황 대표의 분열적 정치 행태는 광주 물 세례 사건 뒤 안동 유림들 앞에서 신발까지 벗고 큰절을 올리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보수 지지층에 대한 결집 호소로 비친 그 모습을 보며 황 대표가 광주 송정역에서 시민들을 향해 위로와 치유의 큰절을 올렸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광주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모르긴 몰라도 얼른 일으켜 세우고 “고맙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차갑게 패스트트랙 지정 규탄 연설만 했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선 광주의 물 세례에 대해 “너무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한다. 그들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황 대표가 교묘하게 5ᆞ18 광주를 고립시켜 국민과 갈라지게 하거나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분열의 정치에 활용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부메랑이 될 것이다. 대권을 꿈꾼다면 “단일 민족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신의 말대로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당장 국회 앞에서 100일 가깝게 농성 중인 5ᆞ18 유족, 피해자 가족의 손부터 잡기 바란다. 그리고 5ᆞ18 망언 의원 제명, 5ᆞ18 조사위 구성 절차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광주행 열차에 몸을 실을 자격이 생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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