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최후항쟁 희생자 故안종필 씨 모친 옆에 앉아 위로
김정숙 여사도 유족들 옆에서 눈물을 훔치면서 슬픔을 나눠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 도중 목소리를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10초간 두 눈을 감고 감정을 다스린 후에야 연설을 이어갈 수 있었다. 18일 제39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광주시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면서였다. 이어 문 대통령이 꺼낸 말은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다”는 속내였다.
취임 첫 해인 2017년에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2년에 한 번씩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올해가 바로 2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내년이 40주년이라 주변에선 ‘차라리 내년 기념식에 참석하시라’는 조언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고, 기념사에서도 밝혔듯 “아직도 5ㆍ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웠다”며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ㆍ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그 동안 쌓아왔던 분노를 표출했다. 참석자들도 문 대통령의 마음에 공감하며 박수로 화답했다. 15분 간 기념사를 하는 중간 중간 5ㆍ18 유족 등 참석자들은 22번의 박수를 보냈고, 5ㆍ18 진상조사규명위원회 출범을 촉구하는 대목에선 환호성이 나왔다.
기념사에 앞서 문 대통령은 5월 항쟁 당시 전남도청에서 최후까지 군부 진압에 저항하다 희생된 고(故) 안종필 씨의 모친 이정님 여사와 함께 앞줄에 앉아 기념식을 지켜봤다. 5ㆍ18 민주화운동 경과보고와 기념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이 여사가 눈물을 흘리자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함께 이 여사를 위로했다. 5월 항쟁 때 가두방송을 했던 시민으로, 이날 기념공연의 내레이션을 맡았던 박영순 씨가 공연 후 무대에서 내려오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 씨의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특히 김정숙 여사는 유족들의 사연이 소개되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부른 ‘그날이 오면’ 공연이 나오자 연신 눈물을 훔치며 슬픔을 함께 나눴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 마지막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오른손을 흔들면서 노래를 불렀다.
한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안내를 받으며 기념식에 입장한 문 대통령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당 대표를 비롯한 귀빈들과 악수하며 인사했다. 여야 5당 대표 회동 또는 ‘1대1 영수회담’ 추진을 놓고 이견을 빚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도 만나 악수를 나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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