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물러가라.” “여기가 어디라고 와!”
‘환영 받지 못한 손님’은 결국 줄행랑을 쳐야 했다. 성난 광주 민심은 제1야당 대표에게 5ㆍ18민주화운동 제39주년 기념식장에 준비한 의자를 내어줬지만 5월 영령들에 대한 헌화는 허락하지 않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5ㆍ18 기념식장에 참석했다가 일부 시민들의 물세례와 거친 항의를 받았다. 황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 5월 영령들에 대한 헌화와 묘역 순례에 나서려고 했지만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행사장에서 쫓겨났다. 시민들은 5ㆍ18 왜곡과 망언 의원 징계 문제 등을 매듭짓지 못한 점을 들어 황 대표의 기념식 불참을 요청했지만 황 대표가 참석을 강행해 불상사를 자초했다는 비판과 함께 일부 시민들의 과도한 대응도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기념식이 열리기 30분 전인 오전 9시 30분쯤 당직자 등과 함께 버스를 타고 국립 5ㆍ18민주묘지 내 민주의 문 앞에 도착했다. 황 대표가 경찰의 호위 속에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5ㆍ18 망언 의원 징계를 요구하는 시민들은 욕설까지 퍼부으며 격렬히 항의했다.
“황교안은 사죄하고 광주를 당장 떠나라.” 황 대표가 기념식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민주의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시민 100여명이 길을 막아선 채 생수병에 든 물을 뿌리려 반발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한 걸음씩 기념식장으로 이동했다. 이에 일부 격앙된 시민들은 기념식장에 있던 의자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황 대표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기념식장 입구에 마련된 보안검색대를 거치지 않고 당황스런 표정으로 주변의 통제선을 넘어 식장으로 들어갔다. 황 대표가 기념식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묘지 주변에선 흥분한 시민들의 욕설과 아우성이 이어졌고, 황 대표는 길을 막아서는 시민들과 뒤엉키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이 때문에 민주의 문에서 200여m 떨어진 기념식장까지 가는 데 무려 25분이나 걸렸고, 기념식도 예정된 시간보다 6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과 함께 기념식장 맨 앞줄에 앉은 황 대표는 기념식 마지막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 참석자들과 함께 일어서 서 주먹을 쥐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
55분간 이어진 기념식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황 대표는 자유한국당 관계자들과 함께 5ㆍ18 희생자들에게 헌화ㆍ분향을 하려 했으나 시민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은 “황 대표가 광주시민들에게 사과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시민들이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5ㆍ18 망언 의원 징계와 5ㆍ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 문제 등을 잘 마무리하면, 다음에 광주에 올 땐 시민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황 대표는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황 대표의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황 대표를 에워싸며 “황교안은 물러가라”, “사과해”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이 때문에 황 대표는 추념탑 앞에서 20여분간 옴짝달싹 못했고, 옛 묘역으로 향하는 ‘뒷문’ 쪽으로 도망치듯 달려가 대기 중이던 차량을 타고 묘역을 빠져나갔다. 한편 황 대표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계속되자 일부 시민과 유족 등이 나서 “오늘 같은 날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