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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이따가’와 ‘있다가’

입력
2019.05.2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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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따가 전화할게.’에서 쓰인 ‘이따가’와 ‘1시간 있다가 전화할게.’에서 쓰인 ‘있다가’는 둘 다 [이따가]로 발음이 되지만 표기와 의미가 서로 다르다.

‘이따가’는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의 뜻을 가진 부사로서 ‘구체적이지 않은 시간이 경과한 후에’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있다가’는 ‘어떤 상태를 계속 유지하다’를 의미하는 동사 ‘있다’의 어간 ‘있-’과 다른 동작으로 바뀜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다가’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로서 그 앞에 ‘1시간’과 같은 구체적인 시간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구체적인 시간이 경과한 후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또한 ‘있다가’는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를 나타내는 부사어 다음에도 쓰여 ‘집에 있다가 무료해서 집 밖으로 나왔다.’와 같이 사용된다.

‘이따가’는 부사이기 때문에 그 앞에 시간을 나타내는 또 다른 부사어가 올 수 없지만 ‘있다가’는 그 앞에 시간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부사어가 함께 사용된다. 따라서 ‘있다가 보자.’는 틀린 표현이고 ‘이따가 보자.’가 맞는 표현이며 ‘하루 이따가 갈게.’는 틀린 표현이고 ‘하루 있다가 갈게.’가 맞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따가’도 그 어원을 따져보면 ‘있+다가’로 분석된다. 국립국어원의 언어 역사 정보를 보면 18세기 문헌부터 ‘있다’를 뜻하는 ‘잇-’과 어미 ‘-다가’가 결합된 ‘잇다가’의 형태가 나타나는데, 이후 ‘잇’의 종성인 ‘ㅅ’이 ‘다’의 초성 ‘ㄷ’을 된소리화하여 소리 나는 형태인 ‘이따가’로 표기가 바뀌게 되었다. 즉 언중들 사이에서 ‘이따가’의 어원이 ‘있+다가’에서 온 것이라는 의식이 약해지면서 어원에서 멀어져 소리 나는 대로의 형태인 ‘이따가’가 표준어가 된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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