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속 유도 미사일 전력 위협적… 폭 좁은 호르무즈 해협도 이란 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 지역에 급파하는 등 이란을 겨냥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지만, 이란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미국 전단을 손쉽게 타격할 수 있다”며 은근슬쩍 군사 충돌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이란이 갖춘 무기와 지정학적 위치, 비대칭 전력 등을 고려하면 이란의 자신감을 단순한 허풍으로 취급할 순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양대 군사조직 고위급 인사는 미군과의 전쟁을 자신하고 있다.
이란의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살레 조카르 이란 혁명수비대(IRGC) 부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우리 단거리 미사일은 페르시아만에 있는 (미국의) 전함들을 손쉽게 타격할 수 있다”며 “미국은 새로운 전쟁의 손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압돌라힘 무사비 이란 정규군 총사령관 역시 “만약 적이 오판을 내려 전략적 실수를 저지른다면, 후회할만한 응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이 입을 모아 자신감을 피력하는 것은 그만큼 믿을 구석이 있어서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이란이 보유한 대함(對艦) 미사일은 실제 미국 함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페르시아만’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초음속 유도 미사일은 사정거리 300㎞ 안에서 움직이는 대상을 따라가 맞출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단순하면서도 ‘동시다발 공격(swarm attack)’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체는 “미 함대가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규모 미사일이 투하된다면 미 해군에 막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도 이란 장성들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2002년 실시된 워게임에서 이란 지휘관들은 항공모함 한 대를 포함해 미군 선박 총 16대를 침몰시키며 단 하루 만에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 때 이란 지휘부는 작은 쾌속정 선단을 이용해 재래식 공격 및 자살 공격을 퍼붓는 동시에 저가 순항 미사일을 대규모로 투하하는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학적 조건도 이란 편이다. 미국과의 교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좁은 폭은 약 33㎞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뢰(機雷) 및 잠수함 공격이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전세계 해상 원유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지나는 만큼 이란이 이곳을 봉쇄하거나 통행을 방해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이버전쟁도 이란이 택할 수 있는 비대칭 전략이다. 이란은 2010년 나탄즈 핵시설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웜바이러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뒤 사이버 전력에도 상당한 자원과 에너지를 투자해왔다. 뉴스위크는 “이란은 점점 더 정교한 사이버 무기로 미국 등 적국에게서 정보를 훔치고 불법 감시를 자행한다”며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군대는 이란 측 사이버 공격을 매일 수백 건씩 격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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