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남부 주들 낙태 금지법 잇단 제정에 반발
미국 토크쇼 진행자 비지 필립스 제안, 수천개 트윗 반향
미국 토크쇼 진행자 비지 필립스가 지난 1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진실을 공유하자며 유노미(YouKnowMe) 운동을 제안했다. 트위터 캡처

보수 성향의 미국 남부 주(州)들을 중심으로 낙태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 변경을 노리고 낙태 금지법이 속속 제정되는 데 반발해 여성들이 온라인에서 낙태 경험을 고백하는 ‘#유노미(#YouKnowMe)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성폭행 경험을 폭로한 ‘미투(#MeToo)’ 운동처럼 사회적으로 금기시돼 온 낙태 경험을 당당히 밝혀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자는 취지다.

이 운동에 불을 지핀 이는 여배우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비지 필립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토크쇼 방송 ‘비지 투나잇’에서 15세 때 낙태한 경험을 고백하면서 “여성 4명 중 1명이 45세 이전에 낙태를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 수치가 여러분들을 놀라게 하고, 아마 누군가는 ‘나는 그런 여성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당신은 나를 알고 있다(you know me)”며 ‘유노미’를 언급했다. 필립스는 지난 14일 앨라배마주가 성폭행 등의 예외적 상황조차 인정하지 않고 낙태 시술 의사를 최고 99년형에 처하는 초강경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키자 이튿날 트위터에 “진실을 공유하자”며 ‘유노미’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했다. 필립스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여성들이 개인적 경험들을 이야기해 공감을 끌어낸 것”이라며 “낙태는 공개적으로 말하기 매우 어려운 주제여서 낙태 반대론자들만 목소리를 높여 왔는데, 우리도 진실을 가지고 그들처럼 시끄러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립스의 제안 이후 며칠 만에 ‘유노미’ 해시태그를 단 수천개의 트윗이 쏟아졌다. 강간, 학대, 피임 실패, 건강 문제, 가정 형편 등 다양한 이유의 낙태 경험 글들이 줄을 이었고 어떤 이들은 낙태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없다며 낙태 사실만을 밝히기도 했다. 여배우 앰버 탬블린도 ‘유노미’ 해시태그를 달고 “2012년 낙태를 했는데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지만 그 때 당시 나에겐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여배우 민카 켈리도 “어렸을 때 낙태를 했는데 나와 내 남자 친구뿐만 아니라, 태어나지 않은 태아에게도 현명한 선택이었다”며 “그 때 아이를 가졌다면 가난과 혼란, 장애의 굴레가 계속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노미 해시태그를 달지 않았지만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와 자밀라 자밀 등도 낙태 경험을 공개하며 낙태 금지법을 비판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임신 후 24주까지는 중절을 선택할 헌법적 권리를 인정했으나 낙태 반대론자들은 트럼프 정부 들어 보수적 대법관으로 재편된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주 의회 차원에서 낙태 금지 입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지아주, 미시시피주 등이 태아의 심장 박동이 인지되는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앨라배마주는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단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해 논란을 키웠다. 17일 미주리주에서도 임신 8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 통과됐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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