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성적 평가… 대중과의 접촉면 넓힌 것은 성과
5·18 망언 징계 등 없이 광주 방문은 진정성 부족 지적
“전국을 걷고 국민들을 만나 민생의 아픔을 보듬겠다”며 지난 7일 첫 발을 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이 오는 24일을 끝으로 18일 간 일정을 마친다. 정치 신인으로 그간 대중과의 접촉면이 거의 없었던 황 대표가 배낭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택시기사, 청년, 환경미화원, 시장 상인, 중소기업 근로자,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을 만나 소통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가 사찰에서의 합장 거부, 동성애 공개 반대 발언은 물론 5ㆍ18 폄훼 징계를 매듭짓지 않고 광주를 방문한 것은 외연 확장과 통합 행보에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실정을 알리는 데 주력한 황 대표가 책임있는 대안제시 능력을 보여주느냐가 대장정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했다.
대장정 13일째인 19일 제주를 찾은 황 대표는 전날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한국당을 둘러싼 광주 시민들의 항의를 의식한 듯 “기회가 되는대로 자주 호남, 광주를 찾아서 상처받은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2015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이후 처음으로 보수정당 대표가 5ㆍ18 기념식에 참석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까지 제창한 것은 ‘열린 자세’로 볼 수 있지만, 5ㆍ18 폄훼 징계 마무리는 물론 명확한 후속 조치 의지를 내비치지 않고 광주를 방문한 것은 보수정당 취약지인 광주에 대한 이해와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황 대표는 대장정 시작 첫 날부터 “좌파 중에 정상적으로 돈 번 사람들이 거의 없다, 반면 우리(우파)는 나라 살리기에만 전념한 사람들”(아파트 부녀회 간담회)이라거나 “좌파 정당이 인권, 평등이란 좋은 가치를 왜곡했다”(스승의날, 퇴임 교장 간담회) 등 강성발언 위주로 통합과는 거리를 둔 행보를 보였다. 사찰 합장 거부나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동성애를 반대한다”(17일)는 발언으로 종교적 편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장정 18일 동안 호남 방문은 3일(제주 포함)에 그친 반면 텃밭인 영남 지역은 7일이나 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황 대표가 대중과 접촉하는 공간이 넓어진 건 긍정 평가하지만 반대자들과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모습보다는 지지자들이 있는 곳 위주로 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대안정당으로 거듭나려면 대장정을 마친 황 대표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 대표는 그간 “좀 더 확장된 맞춤형 복지를 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7일 부녀회 간담회),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정부에 촉구할 건 촉구하고 입법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하겠다”(8일, 대우조선 매각반대 대책위 간담회), “탈원전을 철회하고 바른 원전 정책으로 돌아오길 정부에 촉구한다”(9일,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막무가내 보 파괴를 막아내도록 하겠다”(구미보 현장) 등 뚜렷한 대안 제시보다는 원론적 비판을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는 “황 대표가 그동안 민생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앞으로 그것에 대한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며 “그 대안이 당 차원에서 입법화로 제시되는 지, 정부에 제대로 전달될 지 여부가 황 대표의 대장정이 의미 있었는지를 판가름할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백서를 발간할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간 만난 시민들의 메시지 등을 정부에 전달하거나 촉구할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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