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2동 8500가구에 주차장 297면뿐… 380면 규모 옥상 주차장은 사업자 문제로 방치
“거주자우선주차구역도 굉장히 부족해요. 옥상주차장을 개방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반겼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차일피일 미룬 게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에 40년 넘게 살아온 오성석(60)씨는 20일 한국철도공사가 관리하는 이문차량사업소 옥상주차장을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문2동은 지난달 기준으로 8,501가구 2만1,047명이 모여 사는 오래된 동네다. 차량이 잘못 들어섰다가는 돌아나올 수 없을 만큼 폭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실핏줄처럼 얽혀 있다. 주민들은 차를 댈 곳이 없어 고질적인 주차난에 시달려 왔다. 거주자우선주차장은 297면뿐이다. 오씨는 “거주자우선주차장을 받으려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도 기다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대기자가 많아 2~3년 사용하면 내줘야 한다”며 “주차 때문에 골치가 아파서 차를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2014년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주차공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아쉬운 대로 주민들이 이용했던 인근 이문고가차도 아래에 설치된 거주자우선주차장도 올 하반기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되면서 없어질 예정이다. 주차전쟁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38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인근 옥상주차장에 대한 개방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주차장은 2005년 이문차량사업소 준공 당시 경수선(輕修繕)동 옥상 1만5,070㎡에 조성된 후 계속 방치돼 왔다. 이곳을 관리하는 철도공사 수도권동부본부가 2009년 민간업체인 ㈜바탕골(현재 ㈜서울스포렉스)과 맺은 계약 때문이다. 이 업체는 경수선동 옥상을 증축해 골프연습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 허가를 받았지만 2년이 넘도록 착공조차 하지 않아 허가가 취소됐다.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철도공사가 부과한 임대료 16억원이 부당하다면서 체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상주차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주민들은 “오랜 기간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도 철도공사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난색을 표한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사업자가 다시 사업을 하기 위해 건축 허가를 준비 중”이라며 “사업자 지위가 유효한 상황에서 철도공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무용지물 신세인 옥상주차장은 시간이 갈수록 노후화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주차난 해결이 숙원인 동대문구는 주차장 개방을 철도공사에 요구 중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철도공사가 동의하면 계약 해지 가능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도 받을 계획”이라며 “하루속히 철도공사와 사업자간 문제가 해결돼 주민들에게 옥상주차장이 개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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