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20일 내한 공연… “집안 곳곳에 태극기 있다, 한국 관객은 정말 열정적”
“메이비, 아이 돈트 리얼리 원트 투 노~”(Maybe, I don’t really want to know).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세계적인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 출신 기타리스트인 노엘 갤러거(52)가 히트곡 ‘리브 포에버’ 연주를 시작하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졌다. 갤러거가 음이 높아 공연에서 좀처럼 부르지 않은 곡을 불러서였다. 공연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이 곡은 공연 연주 리스트에 없었다. 갤러거는 한국 관객을 위해 공연 도중 ‘용기’를 내 깜짝 선곡을 했다.
“한국 관객들 공연 반응이 열광적이라 불렀어요. 최근 들어 한국에서만 두 번 불렀죠. 일본 팬들이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20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본보와 만난 갤러거가 웃으며 말했다. ‘리브 포에버’는 2017년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영국 공연장에서 발생한 폭발물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연 ‘원 러브 맨체스터’에서도 울려 퍼졌다. 갤러거는 이 곡을 데뷔 전 건축 회사에 다닐 때 발을 다쳐 창고에서 일하면서 썼다. 갤러거가 그의 동생인 리엄 갤러거와 꾸린 오아시스의 대표곡 중 하나다. 밴드가 1994년 낸 1집 ‘데피너틀리 메이비’에 실렸다.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2009년 오아시스는 해체됐다.
갤러거는 2010년 새로 꾸린 밴드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로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한국 관객과 만났다. 그의 한국 사랑은 각별했다. 2006년 오아시스로 첫 내한 공연을 한 뒤 한국 관객들이 ‘떼창’을 하며 공연을 열정적으로 즐기는 모습에 놀란 뒤부터였다. 지난해에도 한국에서 공연한 갤러거는 지난 18일 입국할 때 가방에 태극기를 꽂고 왔다. 갤러거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상황이었다. 갤러거는 “일본 공항에서 팬이 (태극기를) 선물로 줬다”고 말했다. 그는 “태극기를 좋아한다”는 뜻밖의 얘기도 했다. 그의 집뿐 아니라 아이들의 방, 녹음 스튜디오에 태극기를 걸어 뒀다고 한다.
오아시스는 1990~2000년대 영국 록 음악의 상징이었다. 밴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들이 남긴 노래는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울려 퍼진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맨체스터시티의 리그 우승이 확정된 후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오아시스의 ‘원더월’을 불러 화제를 모았다(갤러거는 소문난, 맨체스터시티의 광팬이다). 갤러거는 “한국 공연에서 고등학생 소녀가 ‘원더월’을 따라 부르며 우는 걸 보고 놀라웠다”며 “곡을 쓴지 32년이 지났는데, 내가 이십 대에 쓴 노래를 지금 이십 대들이 열광하는 게 내겐 미스터리”라고 신기해했다. 갤러거는 영국 공업 도시 맨체스터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노동자 계급 출신 음악인이 만든 음악은 국적과 세대를 초월해 연대의 ‘다리’가 됐다.
갤러거는 한국 관객을 얘기할 때 “크레이지”란 표현을 썼다.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6월1일, 2일)소식을 듣고서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리얼리?”를 연발했다. 두 손으로 책상을 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한국 보이 밴드가 웸블리에서 공연을 한다고? 진짜야? 그것도 영국 관객들을 위해서? 와우, 미쳤다. 영국인들이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갤러거는 이틀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로 낸 신곡 ‘블랙 스타 댄싱’과 ‘데드 인 더 워터’를 비롯해 오아시스의 대표곡인 ‘돈 룩 백 인 앵거’ 등을 불렀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로 ‘블랙 스타 댄싱’을 꼽았다. 그는 이 곡에 대해 “감탄했을 정도로 좋았다”고 자화자찬했다. 어디서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했던 록스타의 기백은 여전했다.
“어느 날 데이빗 보위의 노래 ‘패션’을 듣다가 문득 떠올린 곡이었죠. 기존의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만들 수 없었던 곡이기도 하고요. 최근에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자랑스러워요. 곧 새 미니앨범이 나오는데 그땐 지금과 다른 음악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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