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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트렌드, NOW] 워싱턴 주차전쟁 막으려… “시민에 주차딱지 권한 부여”

입력
2019.05.21 16:15
수정
2019.05.21 18: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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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워 시간대 미국 워싱턴DC의 모습.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워 시간대 미국 워싱턴DC의 모습.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경찰이 아닌 옆집 이웃이 내 주차 딱지를 떼면 어떨까?’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한 시의원이 내놓은 ‘시민 단속반’ 아이디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적은 비용으로 도로질서를 회복하겠다는 취지인데, 일반 시민에게 공권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워싱턴DC 시의회에 일반 시민을 교통 단속에 참여시키는 법안이 제출됐다. 8개 구역에서 각각 시민 10명을 모집해 총 80명에게 단속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불법 주차된 차량을 발견해 딱지를 떼면 해당 차주는 벌금을 내야 한다. 지금껏 경찰이나 단속반원이 해오던 일 일부를 일반 시민들에게도 나눠줘 교통법규 위반을 더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일부 전문가와 시민들은 해당 법안이 실제 교통안전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카일 코일은 “너무 많은 차량이 자전거 도로에 주차한다”며 “누군가 한 시간도 안 돼 나타나 차량을 보내버린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과 시카고에서 교통 책임자를 지냈던 게이브 클라인 역시 “길거리를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것만으로 법규 위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다른 도시에서 실시한 유사한 정책이 효과적이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로스앤젤레스에선 주민들을 훈련시켜 주차딱지 발급은 물론 응급 상황 대처에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자원봉사자 18명이 총 7,516시간 동안 순찰을 돌아 교통딱지 9,140개를 발급했을 정도다. 뉴욕에선 지난해부터 교통위반 차량을 신고한 시민에게 벌금의 25%를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법 집행을 민간인에게 맡기는 데서 오는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토 연구소의 월터 올슨은 “교통 관련 문제는 개개인의 판단에 따를 확률이 높다”며 “공무원들이 완벽하지 않을진 몰라도, 적어도 훈련을 받고 전문성을 획득한다”고 했다. 특히 WP의 칼럼니스트 페툴라 드보락은 이번 법안이 “워싱턴 역대 최악의 아이디어”라며 시민들이 서로를 감시하도록 유도하는 ‘리틀 브라더’ 전술이라고 혹평했다.

이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 건 워싱턴이 최근 겪고 있는 심각한 교통난과 주차난 때문이다. 워싱턴에선 지난해 교통사고로 36명이, 올해는 지금까지 12명이 사망하는 등 교통사고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표 발의자 찰스 알렌 시의원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들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보다 시급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모바일 주차 애플리케이션으로 주차딱지 수입이 줄어들자 이를 메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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