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림동 사건은 해당 여경이 현장에서 매우 잘 대처한 사례입니다. 현장에서 배제되면 될수록 여경은 오히려 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21일 ‘대림동 여경 논란’을 지켜봤던 경찰젠더연구회 소속 주명희 경정이 힘주어 말했다.
경찰젠더연구회는 2017년 말 경찰개혁위원회가 여경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를 계기로 결성된 학술 모임이다. 평소 젠더 문제에 관심있는 서울 지역 여경 15명이 뜻을 모았고, 한 달에 한번씩 만나 조직 내 성평등 문화 확산과 성차별 없는 치안서비스 구축 등에 대해 연구한다.
이 연구회는 ‘대림동 여경 논란’이 계속 이슈화되자 이날 연구회 명의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 성명서를 내놨다. 연구회는 성명서를 통해 대림동 사건은 “대한민국에 만연한 공권력 경시풍조에 대한 경종”이 될 일이지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 확산으로 오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보수적인 공직 사회에서 조직 내 사실상 비공식 단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젠더 이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림동 여경 논란’을 지켜보는 여성 경찰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주 경정은 성명서를 낸 데 이어 인터뷰에도 응했다. 그는 “동료 여경이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침묵하기 보다는 우리 의견을 적극 피력하고 해당 여경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여경이라서 일단 그냥 편들고 보는 게 아니다. 주 경정 등 연구회 회원들이 보기에 ‘대림동 여경 논란’ 속 여경은 현장에서 잘 대처했다.
사실 여경은 현장에서 제 역할을 부여받기 보다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주 경정은 “남경들이 여경에서 ‘다치니까 피하라’는 식의 대응을 반복하면, 여경 스스로도 ‘나서지 말자’ ‘방해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대림동 사건 당시 해당 여경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아주 잘 대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너무 적극적으로, 열심해 해서 되레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대림동 사건이 여경 선발 기준 논란으로 옮겨 붙는 것에 대해서도 주 경정은 성별 구분 없는 선발이 해답이라 주장했다. 주 경정은 “단순한 성별 구분보다는 경찰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이 직무를 누가 더 잘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용 기준을 성별로 달리 한 뒤 차별적인 체력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직무에 맞는 인재를 성별 구분 없이 통합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경정과 연구회의 목표는 조직 내 성평등 문화다. 이런 논란을 겪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한 단계 전진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는 “현장에서 만나는 여성 피의자, 여성 피해자, 또는 조직 내 여경 등 다양한 층위의 여성에 대해 늘 고민하며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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