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대단하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의 밤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기생충’이 공식 상영된 21일 밤(현지시간)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은 들끓는 흥분과 열기로 터져나갈 듯했다. 엔딩크레디트가 올라오기도 전에 갈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기립박수는 10분간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 주인공들의 눈에는 물기가 어렸다. 마이크를 받은 봉 감독은 쑥스러운 듯이 “밤이 늦었으니 어서 집에 가자, 레츠 고 홈”이라고 재치 있게 감사 인사를 건넸고, 그제서야 ‘기생충’ 팀을 꽉 붙들고 있던 갈채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영화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에서 연출자와 배우로 봉 감독과 인연을 맺은 틸다 스윈턴도 공식 상영을 찾아와 봉 감독을 포옹하며 뜨겁게 축하했다.
관객들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극장을 나섰다.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트레 비앙(매우 좋다)” “판타스틱” 등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영화를 두루 관람한 한 영화평론가는 “아직 공식 상영이 몇 작품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에선 관객 반응이 최고였다”고 말했다. 한 프랑스 유학생은 “미친 스토리에 미친 연출력에 미친 연기였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기생충’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교사 자리를 얻어 IT 기업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인 이후 두 가족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과외 교사나 가사도우미 같은 직업적 연결고리가 아니면 평생 만날 일도 없었을 두 가족 사이에 경계가 지워지기 시작하면 스크린에 파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해학과 풍자, 잔혹한 비극이 뒤엉킨 봉준호표 블랙 코미디는 한국 사회의 계급주의와 물질주의를 날카롭게 겨냥한다. 봉 감독은 이례적으로 공식 보도자료 맨 앞장에 편지를 띄워 스포일러 방지를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한국 영화에서 흥미로운 주제인 예속, 속임수 등이 뒤엉킨, 즐겁고 우아하며 아슬아슬한 영화”라는 평을 남기며 별 5개 만점에 별 4개를 매겼다.
일찌감치 ‘기생충’에 매료돼 치열한 판권 경쟁을 벌인 전 세계 영화인들도 한 목소리로 찬사를 보냈다. 폴란드 배급사 관계자는 “칸영화제에서 이렇게 많이 웃고 긴장시킨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며 “이렇게 대담하면서 참신한 영화는 보지 못했다”고 극찬했다. 독일 배급사 관계자도 “봉준호 감독 최고의 작품”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칸 현지에선 수상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반부 상영작들이 기대를 밑돌면서 ‘기생충’을 향한 환호가 더욱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폐막식은 25일이다.
칸=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