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에도 ‘뉴트로’(뉴와 레트로의 합성어로 옛 것을 현대적으로 소화한 것) 바람이 뜨겁다. 1970~1980년대 유행했던 음악 장르를 재해석한 가수들이 지난해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30세대가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옛 노래를 직접 발굴하고, 당시 세대가 향유됐던 감성을 재해석해 최신 트렌드로 받아들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달의 몰락’으로 사랑을 받았던 가수 김현철(50)의 1980년대 곡들이 최근 잇달아 리메이크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트로를 찾는 ‘힙스터’ 사이 요즘 화제의 가수는 아이디(24)이다. 아이디는 2016년 데뷔 이후 미국 가수 제프 버넷과 마리오 와이넌스와 협업하는 등 싱어송라이터로서 입지를 쌓았다. JTBC ‘믹스나인’에 출연해 여성 참가자 5위를 차지하며 대중적인 성공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아이디는 흑인 음악으로 가수 이력을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독학을 해 레트로 리듬앤블루스(R&B)에 정착했다.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을 직접 소화해내고 있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이디는 레트로 감성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유튜브로 1990년대 R&B와 힙합을 듣다가, 자동으로 이어지는 연관 영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1980년대 음악을 알게 됐다”며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음악들을 하나하나 찾아 들으면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고 말했다.
원래 아이디는 아이돌 그룹 멤버로 대중 앞에 처음 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닌 음악에 대한 열정에 비해 아이돌 그룹은 활동 폭이 좁았다. 결국 그는 그룹 데뷔를 포기하고 솔로 가수로서 독립을 선언했다. 2017년 JTBC ‘믹스나인’ 출연 전까지는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아이디는 “당시 소속사 프로듀서(현 베이스캠프 스튜디오 대표)에게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더라도 제 음악을 하고 싶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며 “아이디라는 사람을 알고, 곡을 찾아 들어주는 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이디는 국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일부터 tvN 예능프로그램 ‘작업실’에 출연하고 있고, 7월 컴백을 목표로 앨범 작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일본 활동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다. 아이디는 “데뷔 후 정규앨범이 발매될 때까지 1년 동안은 음악 작업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팬들에게 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며 “자신의 색채가 뚜렷한 음악을 하고, ‘믿고 듣는 아이디’가 되는 것이 꿈”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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