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주인공은 ‘상실’이다. 찬란한 장미 정원이 사라져버린 이야기다. 1968년 문을 연 일본 후쿠시마 후바타 장미원은 장미 750종이 만발하는 낙원 같은 곳이었다. 장미 덕후 오카타 가츠히데씨가 생을 걸고 가꿨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폐허가 됐다. 그냥 지진이었다면 복구하면 되련만, 방사능에 피폭돼 영원히 되살릴 수 없게 됐다. 책 제목대로 ‘잃어버린 장미정원’이 됐다.
절망한 오카타씨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오카타씨의 장미를 10년간 카메라에 담은 아마추어 사진가였다. 사진 속에서 장미는 피고 또 피었다. 오카타씨의 희망도 다시 피었다. 망가진 장미원의 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장미를 기억하기로 했다. 2012년까지 찍은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장미가 사라진 장미원의 광경은 인간의 오만을 꾸짖었다. 오카타씨는 분노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다시 장미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의 장미는 많은 것들의 은유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잃어버린 장미정원
마야 무어 지음ㆍ김욱균 옮김
궁리 발행ㆍ136쪽ㆍ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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