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림동 여경 대응 논란 의식한 듯
출근길 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30대 남성을 파출소 실습 중인 여성 순경이 추격해 검거했다. 경찰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 여경이 “태권도 2단과 유도 1단 인데다 평소 취미생활로 실내 암벽등반과 마라톤을 하며 강인한 체력을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습생 신분으로 침착하게 대응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여경의 체력, 무술능력을 유달리 강조한 것은 결국 ‘대림동 여경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 씁쓸하다는 뒷말이 나온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행인들을 상대로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음란행위를 한, 일명 ‘바바리맨’ 30대 남성을 금천파출소 실습생인 A 순경이 약 300m를 쫓아가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30대 남성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19일 오전 6시 30분쯤 서울 시흥동 골목길에서 음란행위를 했다. 오가는 시민들이 있었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마침 그 길을 따라 사복 차림으로 출근 중이던 A 순경이 가까이 접근해도 멈추지 않았다. 이 남성은 A 순경이 휴대폰을 들어 112에 신고하자, 그제서야 바지를 올리고 달아났다.
실습생이라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A 순경은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오던 경찰관에게 도주 방향을 알려주며 추격을 시작했다. 약 300m를 달아나던 남성이 멈추자 A 순경은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도록 대화를 이어가면서 출동한 경찰관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신고 10분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이 남성을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연행했다. A 순경은 “놓치면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검거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A 순경에게 붙잡힌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소변을 봤을 뿐”이라며 음란행위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A 순경이 다가오는 걸 보고도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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