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율 조작국에 상계관세 추진… 중국 언급은 안 했지만 새 압박 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중(對中) 압박의 고삐를 연일 바짝 죄고 있다.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첨단기술 옥죄기에 나서더니, 급기야 ‘환율의 무기화’를 조만간 실행하겠다는 방침까지 공식화했다. 통화가치 절하 방식으로 대미 무역 흑자를 보는 국가들에서 수입한 제품들에는 앞으로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환율 전쟁까지 개시하려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조치가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모든 나라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글로벌 자유무역 시장에 또 다른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미 상무부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상계관세 부과 추진’ 성명에는 중국을 포함, 특정 국가의 이름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 그러나 고율 관세 부과,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등과 관련해 미중 양국이 극한 갈등을 이어가던 와중에 이뤄진 이번 발표는 결국 중국에 대한 또 하나의 압박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통화 평가절하를 ‘보조금’이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하는 미국은 그동안 대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상대로 △자국 업체들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지급 △위안화 가치 하락과 관련한 환율 조작 가능성 등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상계관세의 핵심 표적은 중국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환율에는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탓에 특정 국가의 ‘환율 조작’을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허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문제는 누가 (각국 통화의) 적정한 가치를 정하냐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합의된 방법론은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줄곧 공언해 왔지만 아직까지 해당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해 미 재무부 반기 환율보고서에서도 중국은 한국, 독일 등과 함께 함께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화웨이를 향한 강공 역시 이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과 깊이 연관돼 있다”면서 “이러한 연결고리의 존재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통과하는) 미국의 정보를 (유출)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화웨이가 지금껏 해 온 일을 안보ㆍ군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라”며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도달한다면 합의 일부에, 혹은 일정한 형태로 화웨이가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는데, 이를 뒤집어 보면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화웨이 카드’를 사용했다는 의미여서 중국을 향해 재차 압박을 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미 국무부는 한국이 화웨이 압박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도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화웨이 거래제한 조치에 한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모든 국가가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위험(평가) 기반의 보안체제를 채택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답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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