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니 등 건강식품 의존하다간 고혈압 오히려 악화”
국민 가운데 1,100만명이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대한고혈압학회). 특히 20대 고혈압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치료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적지 않은 20대 고혈압 환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혈압 측정조차 무관심하다.
20대 고혈압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2014년 2만1,074명에서 지난해 4만7,775명명으로 126.7% 늘었다. 같은 기간 50대 이상은 13.7%(502만370명에서 570만9,743명) 증가에 그쳤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고혈압학회와 의학기자연구회는 최근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 ‘사각지대 없는 고혈압 치료’ 주제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20대 고혈압이 ‘치료 시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들을 위해 국가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손일석 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20대는 고혈압이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혈압이 높은 상태를 오랫동안 방치하면 온 몸의 혈관이 서서히 망가진다. 그렇지만 혈압이 높더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없다. 이상 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심장·콩팥 등 혈관으로 이뤄진 신체 기관의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
손 이사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혈압이 높은 상태를 치료하지 않고 20대를 보내다가 30대에 고혈압성 합병증으로 뒤늦게 대학병원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청년층은 국가 건강검진에 소외돼 있다. 몸무게·혈압 등 기본적인 건강검진은 직장에 입사한 다음에야 이뤄진다. 개인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처럼 취업이 늦어지거나 창업을 한다면 기본적인 건강관리 지표조차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층의 보건의료 데이터 조차 없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주요 관리 지표는 30세 이상부터 발표한다.
그 이하 연령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세 이상 청년층을 위한 국가 건강검진 도입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혈압은 지속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무게처럼 자신의 혈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측정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스스로 혈압을 측정하고 정상범위(수축기 혈압은 120㎜Hg 미만, 이완기 혈압 80㎜Hg 미만)인지 수치를 확인한다. 만일 이 범위를 넘으면 정확한 혈압 측정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혈압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혈압은 측정 환경, 측정 부위,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만, 정상 범위 이내라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 다만 측정 혈압이 높고 두통·어지럼증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한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변동사항을 모니터링하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고혈압은 올바른 혈압 측정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으로 진단 받았어도 조기에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사망·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적극적인 혈압 측정을 독려하기 위해 서울특별시와 질병관리본부 등과 공동으로 매년 5월을 ‘혈압측정의 달’로 정해 고혈압 인지도를 높이는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손 이사는 “노니 등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식품 섭취로 인해 고혈압 환자들의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최근 노니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지만 고혈압 환자 등에서는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의 위험인자(염분 과다섭취, 비만, 운동 부족, 강한 스트레스 등)를 일상생활에서 제거하는 것이 고혈압 치료의 첫 단추다. 초기부터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고혈압 환자 가운데 고혈압약은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다고 오해해 약 복용을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고혈압약은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 작용이 다른 장점과 부작용이 있다. 약전에 굉장히 많은 부작용을 나열해 놓았다. 임상연구를 통해 알려진, 혹은 보고된 증상이나 변화를 모두 기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대한 부작용은 거의 없고, 대부분 경미하거나 바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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