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모 관람후 우승자 시상… “음료수 반입도 금지” 경비 삼엄
일본 경시청은 레이와(令和) 시대 첫 국빈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문에 최대 규모의 인력을 동원하며 경비에 만전을 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5~28일 일본 방문에 맞춰 도쿄도(東京都) 경비에 동원된 경찰은 약 2만5,000명. 2016년 5월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의 경비 규모(약 2만 3,000명)를 웃돌았다.
방문 첫날인 25일부터 트럼프 대통령 동선에 따라 도쿄 시내 곳곳에서는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27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내외와 회담하는 고쿄(皇居ㆍ일왕 거처)와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아카사카(赤坂) 영빈관 주변에선 주말에도 차량을 검문하는 경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安倍晋三) 총리 내외의 스모(相撲) 관람은 경시청 경비 임무의 하이라이트였다. 두 정상 내외가 통상 왕족이나 해외 정상이 사용하는 2층 귀빈석이 아닌 스모 씨름판이 정면으로 보이는 개방된 마스세키(升席)를 이용한 탓이다. 1개의 마스세키엔 4명이 방석을 깔고 앉을 수 있는데, ‘양반다리’ 자세로 앉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위해 마스세키 1개당 소파 1개씩을 설치해 총 4개의 소파 좌석으로 개조했다. 두 정상 내외가 앉은 자리의 전후, 좌우 자리들은 하루 종일 비워두었고, 주변에는 사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배치됐다.
오후 4시 55분쯤 두 정상 내외의 입장에 앞서 장내 정리가 진행되자, 관람객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오후 4시 57분쯤 두 정상 내외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람객들은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고, 스마트폰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찍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제스처로 화답했다. 30분간 관람을 마친 두 정상 내외는 잠시 퇴장했다가 우승컵 수여식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제작한 맨 윗부분에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장식이 있는 높이 137㎝, 무게 30㎏에 달하는 은색 우승컵, 트럼프배(杯)를 우승자인 아사노야마(朝乃山)에게 전달했다. 외국 정상이 스모 씨름판인 도효(土俵)에 올라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직접 수여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장하면서 일부 관람객들의 악수 요청에 응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료고쿠(兩國) 국기관 주변에도 사복 경찰과 경비업체들의 경호원들이 대거 동원됐다. 관람객들은 국기관 입장에 앞서 신분증과 소지품 검사를 거쳤고, 병이나 캔, 페트병 등에 담긴 음료수 반입이 금지됐다. 국기관 내 자동판매기와 어린이 휴게소의 운영도 경호상의 이유로 중지됐다. 다수의 관람객들은 “일왕이 스모 경기 관람을 왔을 때보다 경비가 삼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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