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생태계 거점’ 30일 개소… 여론 우려 홍보전 최소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0일 서울에서 문을 여는 화웨이의 ‘5G 오픈랩(개방형 연구 공간)’이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오픈랩은 화웨이가 중국 이외 지역에 처음으로 설치하는 연구 시설로 각별한 의미를 갖지만,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시점이라 화웨이로선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우리 정부도 민간 기업의 오픈랩 개소를 허가 또는 불허할 권리가 없는데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섣불리 입장을 표명했다간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27일 화웨이코리아에 따르면 화웨이는 30일 서울에서 5G 오픈랩 개소식을 열 예정이다. 당초 개소식을 하루 앞둔 29일 오픈랩의 역할과 운영 방식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지만, 대외 홍보 활동은 생략하고 개소식만 진행하기로 했다.
화웨이는 올해 초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 3개 지역에 각종 5G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개발할 수 있는 오픈랩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고, 그 중 서울에서 가장 먼저 오픈랩을 운영하기로 했다. 세계 첫 5G 상용화가 이뤄진 한국을 5G 사업 전략과 생태계 확장을 위한 요충지로 선택한 것이다.
오픈랩에 설치되는 장비와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화웨이코리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5G와 관련된 각종 인프라 위에 각자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실험해볼 수 있는 곳”이라며 “아직 정확한 위치나 규모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3사도 5G 오픈랩을 운영하고 있다.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초고속ㆍ초저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5G 콘텐츠와 서비스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를 자체 제작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업체들이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오픈랩 형태로 마련해 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잠재적 ‘킬러 콘텐츠’를 육성하고 사업 협력을 추진하려는 목적도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오픈랩을 만드는 가장 큰 목적은 생태계 확대에 있다”며 “화웨이는 삼성전자처럼 칩셋, 장비와 더불어 스마트폰 등 각종 단말기를 공급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화웨이 인프라 위에 돌아가는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 연구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G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아시아 기업들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6곳과 홍콩 1곳의 통신사와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처럼 5G 사업 확장의 교두보로 한국을 적극 활용하려는 화웨이의 행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어떠한 언급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협력 아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닌, 민간기업의 자체적인 기업 활동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평가하고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코리아 측도 고민 끝에 간담회 일정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분위기에서 오픈랩 개소를 대대적으로 알리면 오히려 부정적 여론을 키우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고 있고, 우리 정부 역시 이런 상황 자체가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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